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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배희칼럼]손질 기다리는 가정문제 법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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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12-26 14:29:39 수정 : 2007-12-26 14: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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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기에 이어 2000년대 우리 사회에는 가정문제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반세기를 넘어서는 역사 동안 우리 사회의 가정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보아온 입장에서 이는 한편 반갑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가정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하나의 단서이기도 하기에 우려되는 마음이 더욱 큰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이혼율과 이혼문제로 인해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는 등 몸살을 앓기도 했으며, ‘둘도 많다’며 인구 증가를 억제하던 것이 불과 수십년 전인데 이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중심으로 한 인구학적 측면의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문제 전반에 관한 법과 제도는 상당한 개혁을 이루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가정폭력특례법과 호주제 폐지를 들 수 있겠다. ‘집안일이니 집에서 알아서 하라’며 울타리 안으로 밀어넣기만 했던 가정폭력의 문제를 공권력의 광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정문제에 관한 사회 전반의 시각을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제정 직후부터 개정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 민법 가운데 친족·상속편에 대한 여성·시민 사회단체의 지속적인 개정운동에 힘입어 마침내 ‘호주제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는 결국 가정문제에 있어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양성평등과 부부평등을 구현함으로써 민주적인 가정을 이루고 이 민주적인 가정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최근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나왔다. 행정의 수반이자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또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승과 창조’일 것이다. 전 시대로부터 이어갈 것, 배울 것은 이어가고 배우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혁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지난 시기 점진적이긴 하지만 양성평등·부부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많은 법과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는 앞으로도 더욱 강력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민법 개정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호주제 폐지’라는 상징적이고 거대한 과업을 이루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개혁과 개선을 이루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내용적으로 양성평등과 부부평등을 기하기 위한 부부재산제의 개정, 장애인 복지 및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년후견제 도입, 비혼모 가정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가정문제 전반에 대해서뿐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법률 분야의 사회복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법률구조 사업이 전국적으로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도 새로운 정부의 과제라 본다.

이러한 과제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은 물론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을 수립하고 펴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그 이론이 현실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옳고 정당하다 해도 현실에서 바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실제 가정문제로 해결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가정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상담기관을 찾아 나선 이들의 사연 속에 당대의 과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인 원칙과 해외에서 검증된 이론이라 하더라도 당대 우리 사회의 현상과는 꼭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 수립될 정부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현장의 소리와 정당한 요구에 더 귀를 열어 놓아 주기를 요청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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