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부는 특수형태 근로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부여해 권익을 향상시키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서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화물차 운전사, 레미콘 운전사, 학습지교사 등을 특수형태 근로자로 간주하여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은 노동계의 요구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재계는 기존의 특수근로자들은 실제 수입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특수형태 근로자를 법까지 만들어 보호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의 본격적인 논의만 6년 동안 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수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전부 근로자로 간주하는 것이 일자리와 국민 복지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특수근로자의 법 개념을 정립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정보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갈수록 늘 것으로 보여 섣부르게 법을 만드는 것이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특수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겠다는 정책은 2002년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만료 시점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와 이 공약을 실행할 시간적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해서인지 정부는 서둘러 입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형태 근로자를 노동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근로자 자신이나 국민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 따른다. 과거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경비원들이 대거 해고된 사례가 있다.
특수형태 근로자는 근로방식이나 근무조건이 다양한 것은 물론 소득 수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잘나가는 보험설계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가 하면 가사를 주로 돌보면서 짬짬이 일하는 학습지교사는 소득이 적지만 보람을 느낀다. 특수형태 근로자의 소득은 실적급 형태가 90%에 육박한다. 특수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근로자로 간주되면 잘나가는 특수 근로자들은 ‘세금벼락’을 맞을지 모른다. 자영업자로 간주되면 소득의 일부를 비용으로 인정받아 절세할 수 있지만 근로자가 되면 봉급은 유리상자가 되고 버는 만큼 꼬박꼬박 세금 내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
특수형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노동법적 보호를 통해서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소득은 올라갈지 모르지만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효과는 득보다 오히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과 관련된 문제를 노동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발상이나 법을 만들어서 해결하겠다는 법 만능주의 발상은 노사의 갈등만 키우고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특수형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들이 근로자와 자영업자 중에서 선택할 권리도 주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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