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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직역하는 게 번역의 정도”

입력 : 2006-08-17 13:50:00 수정 : 2006-08-17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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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문학 작품 양국어 번역 앞장 한성례 시인 그의 번역으로 출간된 작품은 올해 들어서만도 5권.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8월6일에 맞춰 고형렬 시집 ‘리틀보이’(원폭이름)가 일본에서 나왔다. 국내에는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 처녀작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두 권의 ‘요약 세계문학전집’, 불치병에 걸린 15세 소녀의 생존을 위한 사투 과정을 그린 ‘1리터의 눈물’ 등이 소개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번역 출간된 최영미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이례적으로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 작품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 시인 후지이 사다카즈 도쿄대 교수는 겐다이시데초(現代詩手帖) 2월호에서 “번역 작품으로 생각되지 않고 현대 일본어 시로서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다”고 극찬했다.
“원작자가 쓴 문장의 단어를 놓치지 않고 직역하려고 하죠. 물 흐르듯 직역하는 게 쉽지 않지만 번역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안도현의 ‘얼음매미’(시선집)와 ‘외롭고 작고 쓸쓸한’(에세이집)도 일본에 소개했다. 반면 한글로 번역 출간한 일본 시집은 혼다 히사시의 ‘7개의 밤의 메모’ ‘나를 조율한다’(시바타 산키치) ‘잠자는 거리 혹은 가라앉는 지층’(다이 요코) ‘비명’(고이케 마사요) 등이 있다.
한씨의 첫 번역서는 93년 국내에 소개된 쓰지이 다카시(본명 쓰쓰미 세이지) 소설 ‘방황의 계절’. 당시 거대 기업군을 거느리며 시인이자 소설가로 맹활약하던 쓰지이 세존그룹 회장을 일본의 한 시상식장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이 작품을 번역하게 됐다. 쓰지이 회장과의 만남은 한씨의 이후 번역 활동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첫 번역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대표적 시문학지 ‘시토소조(詩と創造)’의 마루치 마모루 주간은 한국 시인들을 소개할 지면을 내줬고, 한일 전후세대 100인시선집 번역출간 기획에도 전면에 나서줬다. 그 후 중요한 번역이 많아지면서 한씨는 20여년간 다니던 한국통신을 1999년에 그만두고 한일 간 문학작품 번역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가장 보람 있는 작품으로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95년 출간한 한일 전후세대 100인시선집 ‘푸른 그리움’과 21세기를 맞아 2001년 선보인 한일 신예시인 100인시선집 ‘새로운 바람’을 꼽았다. 당시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출간된 이들 작품은 전후 한일 작가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한씨가 국내에 소개한 일본 소설과 동화, 에세이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자살보다 섹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은하철도의 밤’ ‘먹는 여자’ 등 다수이다.
그의 주요 활동의 하나는 한일 문학지에 주목받는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일. 특히 한국 시인을 일본의 문학지에 소개하는 일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토소조’에는 전후세대 대표 시인을 소개해왔다. 올 하반기에는 이 문학지에 3년간 연재한 정호승 시를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한씨는 일본의 권위 있는 시 문학상인 ‘H씨상’이 게재되는 ‘시가쿠(詩學)’에도 한국의 대표적 수상작과 평론 등을 번역해 싣고 있다. 올해는 ‘소월시문학상’ 수상자 박주택, ‘미당문학상’의 문태준씨 등이 소개됐다.
이 밖에 ‘시토시소(詩と思想)’ ‘구자쿠센(孔雀船)’ ‘콜색(CoalSack)’ ‘노기(禾)’ ‘가나자와분가쿠(金澤文學)’, 여성시인의 작품을 게재하는 ‘something’ 등에 각 문학지 특성에 맞는 한국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류가 일본에 상륙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 문학작품을 일본에 소개해온 한씨는 그 결실로 번역된 단행본이 일본에서 출간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1985년 세종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시와 의식’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92년에는 모더니즘적인 시집 ‘실험실의 미인’을 선보였다. 94년 ‘허난설헌 문학상’을 수상했고, 97년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을 도쿄에서 출간했다.
한씨는 “번역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의 작품 활동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올 하반기에는 그동안 준비해온 시를 모아 한글과 일어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업 기획위원 ahng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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