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혜리 ''천년호''로 8년만에 스크린 노크

입력 : 2003-12-05 18:55:00 수정 : 2003-12-05 18:55: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진성여왕의 비극적 사랑 내 짝사랑과 닮은 꼴" “여백으로 남을 공간이 있는 짝사랑이 휠씬 아름답지 않나요. 저도 물론 슬펐지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짝사랑의 경험이 있지요.”
지난달 28일 개봉한 팬터지 무협 멜로 ‘천년호’(제작 한맥영화) 출연을 계기로 안방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연기 폭을 넓힌 김혜리. 그는 여전히 영화 속 캐릭터인 신라 진성여왕이 겪은 비극적 사랑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짝사랑 예찬론’을 펼쳤다.
‘천년호’에서 진성여왕은 한 여인으로서의 모습이 부각된다. 역사적으로 진성여왕은 신라 제51대왕(재위 887∼897)으로 남편이었던 상대등 위홍이 죽자 재위 초반 국가 기강이 문란해져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
“진성여왕을 음탕하게 묘사하고 악역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역시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죠. 첫 장면을 촬영하면서 제 눈빛을 본 감독이 극중 캐릭터의 여성적 측면을 끌어내자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공을 들여 촬영한 비하랑 역 정준호와의 ‘베드신’이 최종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갔다. 10년 넘는 연기 경력을 통틀어 처음으로 시도한 노출 장면이었지만, 진성여왕의 성군 이미지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고.
그녀는 “옷을 벗어야 했기 때문에 2주를 굶다시피하며 찍은 장면”이라며 “만약 ‘천년호’의 흥행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이 장면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방극장에서 ‘사극의 여왕’으로 통하는 김혜리는 “처음으로 출연한 TV사극은 이춘풍전을 드라마로 각색한 ‘이춘풍 저승유람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출연 시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조광조’ ‘태조 왕건’ ‘용의 눈물’ 등 최근까지 선이 굵은 사극에서 여왕역을 단골로 맡았고, 영화 출연은 코믹멜로 ‘계약커플’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영화에서 국운이 쇠한 신라를 구하려 고뇌하며 어린 시절 흠모했던 비하랑(정준호)을 갈망하는 진성여왕의 캐릭터는 우연찮게도 김혜리가 TV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맡았던 배역인 연화가 어려서 왕건과 장래를 약속하고도 궁예와 혼인해 ‘강비’로 불리게 되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그녀의 출연작을 꿰고 있는 팬이라면 무릎을 칠 만한 대목이다.
“여왕도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을 못 이루고 외롭다면 옛 사랑에 집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에 사람이 많아도 외로움을 타는 제 성격과도 비슷해요.”
감히 여왕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그녀는 ‘왕비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영화 촬영을 위해 중국 저장성 항저우 근교 린안호텔과 야외 촬영장에서 반년 이상을 보낸 김혜리는 “여왕 마마로 불린 것도 좋았지만, 역시 배역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하며 진행할 수 있었던 촬영장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현지에서 음식솜씨를 유감없이 뽐내며 스태프들에게 김치찌개, 떡볶이 등을 만들어주고 얻은 별명은 뜻밖에도 ‘김마담’ ‘김살롱’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김종수기자/katusa1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