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텔레비전 드라마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방송사들은 불륜, 가정파괴, 옷 벗기기, 선정적인 키스신 등 자극적인 소재만을 좇아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3세의 여성과 나이가 곱절이나 되는 46세의 유부남 사업가의 사랑을 그린 KBS2 주말연속극 '푸른안개'(연출 표민수, 작가 이금림)는 불륜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가정을 그려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5-6회에선 성재와 신우의 키스신을 1분 이상 슬로우 모션까지 사용해가며 두 차례나 방영하기도 했다.
8회까지 방영된 현재,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륜을 미화시키고 있다' '아들 딸에게 보여주기 민망하다'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고통받는 나머지 가족의 비참함을 아느냐'는 등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제작진은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어른들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건정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인생을 망치고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루겠다'는 '푸른안개'의 기획의도는 불륜을 미화하고 더 나아가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는 것은 비단 '푸른안개'만이 아니다. 방송3사는 경쟁적으로 뒤틀리고 왜곡된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월-화요일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MBC '홍국영'과 SBS '여인천하'는 옷 벗기기 경쟁을 벌였다. '홍국영'은 기생의 허벅지를 훤하게 드러내 보이기도 했으며 '여인천하'는 극 전개상 별 필요없는 난정(강수연)의 목욕장면과 능금(김정은)이 길상(박상민) 앞에서 벗는 신, 궁녀들이 저고리를 벗은 채 문초 당하는 모습 등을 선보였다.
SBS 수-목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경우 9회에서 주인공 민철(이병헌)과 연수(최지우)의 키스신과 함께 여행간 정동진에서 민철이 연수의 웃옷 단추를 푸는 파격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최근 종영한 SBS 미니시리즈 '순자'와 KBS1의 일일극 '좋은걸 어떡해'는 각각 동성애를 묘사하고, 전 남편의 아이를 밴 채 그의 친구와 결혼한다는 내용 때문에 방송위원회의 경고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정당한 개연성 없이 자극적인 소재만을 좇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당한다. '푸른안개'의 시청률은 초반부터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 종영한 '순자'도 10% 선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각 공중파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아침 드라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친구 사이의 갈등을 그린 KBS1의 'TV소설 약속'과 SBS '이별없는 아침'이 같은 시간대 1-2위로 선전하는 반면 이혼남과 미혼 여성의 사랑을 그린 MBC '내 마음의 보석상자'와 사랑했던 처형과 제부를 아이들이 결혼시키려 한다는 내용을 다룬 KBS2의 '꽃밭에서'는 3-4위에 그치고 말았다.
방송사들은 개편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공익에 부응하겠다'고 말하지만 헛구호에 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제작진들은 "시청률에 연연하는 지금의 방송시스템 하에서 '공영성' 운운은 의미가 없다"며 열악한 제작환경을 탓한다. 그러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무리한 설정을 남발하는 것은 제작환경의 열악함 때문보다는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언론모니터팀 임순혜 팀장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할 것이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과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며 "더구나 그것이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타고 방송되는 드라마일 때 제작진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촬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형기자 chang@sgt.co.kr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