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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

입력 : 1998-02-11 00:00:00 수정 : 1998-02-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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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맨발의…」 폭력난무 「경고」 조치/MBC 「사랑」 SBS 「물새…」 불륜 비난/마구잡이 재방 등 「개혁」 헛구호에 불과/영상시 장 개방 대비 경쟁력 확보 시급
방송사들의 잇따른 개혁 선언에도 불 구하고 텔레비전 드라마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들마저 불륜 폭력 사치 뒤틀린 가족관계라는 기존 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마구잡이 재방으로 방송 편수까지 늘었다. 시청자단체들은 『드라마 방영시간 단축,사전제작 시스템 구축, 올바른 시청률 조사 등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9일 회의를 열고 KBS 2TV 새 미니시리즈 「맨발의 청춘」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폭력조직 소 두목 장영필(이종원)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상대편 조직의 은거지를 급습,패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맨발의 청춘」과 맞편성된 MBC 새 미니시리즈 「사랑」도 방영 초 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승 애인과 어린 제자의 사랑,유부남 의 불륜,극단적으로 희화화된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한껏 자극한다.
SBS가 25일부터 방영할 미니시리즈 「옛사랑의 그 림자」는 가출 주부가 옛 애인의 앞집으로 이사가 그를 유혹하며 이혼을 종용하는 파행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밖에 KBS 2TV 새 아침드 라마 「결혼 7년」은 주부의 외도를,SBS의 「겨울 지나고 봄」은 사 생아로 태어난 여성의 신분 상승을 위한 악행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들의 거듭되는 자성 선언이 그야말로 「선언」에 그치고 있는 것 은 드라마 제작상의 근본 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영편수 감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과잉 공급은 과 잉 경쟁을 낳고,폭력­선정 드라마를 양산케 한다.
YMCA 시청자시 민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졸속제작,과당 경쟁 의 악순환을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의 한 일선 프로듀서는 문제 드라마 양산의 원인으로 「시청률 경쟁과 제작 시간의 촉박함」을 들었다. 시청률 추이에 따라 드라마가 조기종영되거나 엿가락 처럼 길게 늘어지는 상황은 이제 제작진이나 시청자에게 모두 지극히 당 연한 현상이 돼 버렸다. 아무리 선정­폭력­표절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아 도 시청률만 높으면 별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현재 통용되고 있는 시청률 조사방법이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도 아니다 . 방송위원회 홍석경 박사는 『우리의 양적 시청률 조사는 특정 시청자 들과의 접촉을 원하는 광고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 결국 불완전한 시청률 조사 결과에 매달려 일희일비하고 있는 셈이다 .
사전제작 시스템의 미비와 기획력 부재도 제작­출연진을 늘 시간에 쫓기도록 만드는 주범이다.
작가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여서 촬영 몇 시간 전 겨우 대본을 완성하거나 심지어는 그때그때 써지는대로 팩시밀리 를 통해 전송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몇몇 유명 작가들의 「극본시장」 독식과 문제의식 부족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홍박사는 『수준높은 단 막극,시추에이션 드라마로 방송영상시장 개방에 대응해야 한다』며 『드라 마 전문 독립제작사의 육성,신인작가 발굴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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