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친정 ‘허’ 찌른… 불혹의 3점슛… 조연 설움 씻었다

입력 : 2025-05-18 22:00:00 수정 : 2025-05-18 20:42:17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LG 男프로농구 ‘첫 챔피언’ 일등공신 허일영

3연승 후 3연패 몰렸지만 관록 뽐내
시리즈 평균 8득점·3점슛 성공률 38%
나이 이유 허 내친 SK에 보란 듯 설욕

팀 28년 만에 왕좌 올려 ‘챔프전 MVP’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순간” 감격의 눈물

한국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모기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은 곳은 창원 LG가 유일하다. 28년간 LG가 연고를 지킨 덕에 이 팀은 어떤 구단보다 열정적인 홈팬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어떤 구단보다도 컸다.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된 1997∼1998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했지만 오랫동안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우승컵을 안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챔프전(2000~2001시즌)은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에게 1승4패로 졌다. 정규리그를 1위로 끝냈던 2013~2014시즌엔 울산 모비스(현 울산현대모비스)에게 2승4패로 패했다. 이후 LG에게 암흑기가 찾아왔고 챔프전은커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어려운 팀이 됐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2∼2023시즌부터 달라졌다. 조 감독은 두 시즌 연속 LG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놨다. 문제는 PO였다. 조 감독은 앞선 두 시즌 4강 PO에 진출하고도 챔프전 무대를 놓쳤다. 하지만 2024∼2025시즌엔 달랐다. 정규리그 2위 LG가 마침내 1위 서울 SK를 물리치고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28년 만에 왕좌에 섰고, 조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버렸다.

창원 LG 허일영이 지난 17일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자 동료들의 축하 속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LG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챔프전 7차전에서 62-58로 승리했다. 1~3차전을 잡았던 LG는 4~6차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 전 SK에서 LG로 팀을 옮긴 허일영(40)의 활약에 7차전에서 승리하며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챔프전 1~3차전을 여유롭게 잡아낸 LG는 4차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올 시즌 역사상 최소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SK는 4∼6차전을 승리하며 LG를 압박했다. 7차전을 앞둔 조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LG 주축이자 24살 동갑내기인 칼 타마요와 유기상, 양준석 모두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6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느라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의 안방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LG에는 허일영이 있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슛을 터트리며 친정팀을 울리고 LG를 왕좌에 올려 놓았다. 최종전에서 양팀 최다인 14득점을 몰아친 허일영은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뛰던 허일영은 ‘세대교체’라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LG가 허일영을 잡았지만 올 시즌 허일영은 데뷔 후 가장 적은 시간(14분46초)과 적은 득점(5.0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잊혀졌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7경기에서 허일영은 시리즈 개인 통산 최다인 8.0점을 넣었다. 3점슛 성공률은 38.2%였다. 두 팀 챔프전 야투율(37.1%)과도 비교된다. 이번 우승으로 허일영은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과 2021~2022시즌 SK에서 우승한 이후 세 번째 반지를 끼게 됐다. 세 팀에서 정상을 맛본 건 리그에서 허일영이 유일하다.

허일영은 “SK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떠나게 됐고, LG에서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해 조 감독님께 (섭섭한) 감정을 털어놨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선 챔프전 끝나고 서운한 걸 이야기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난 늘 조연이었고, 상과 인연이 없는 선수로 뛰었는데 농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 감독은 “고참으로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며 허일영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조 감독은 이어 “(4강 PO 상대인)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전희철 SK 감독을 만나 농구라는 걸 다시 배웠다”며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행복한 5월이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 자녀와 기념촬영을 한 허일영은 “좋은 아빠,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KBL 제공

통합우승에 실패한 SK는 재정비를 준비해야 한다. SK는 리그 최고 외인 자밀 워니(31)가 은퇴를 선언했고, 김선형(37)과 안영준(30), 오재현(26)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셈법이 복잡한 상태다. SK는 우선 워니의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


오피니언

포토

오늘도 빛나는 아이브 장원영
  • 오늘도 빛나는 아이브 장원영
  • 올데이프로젝트 애니 '완벽한 비율'
  • 이유비, ‘겨울 요정’
  • 한그루, 한복 여신 비주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