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두 달째인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이력서를 보내는 대신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김씨는 “이왕이면 괜찮은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채용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라며 “차라리 잠시 쉬면서 준비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같은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가 7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실직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경총은 채용시장 위축, 비자발적 실직자 증가, 초단시간 일자리 확대, 자영업 구조 변화 등을 최근 고용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지목했다.
신규 채용을 나타내는 근속 3개월 미만 임금근로자 수는 2023년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줄었다. 2023년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만9000명, 3분기에는 10만8000명, 4분기에는 7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1분기 11만4000명, 2분기 11만8000명, 3분기 8만2000명, 4분기 12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대졸자 수도 19만5000명으로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하는 졸업 유예생은 1만8000명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실업자(3만6000명)보다 준비만 하면서 기다리는 취업준비자(4만9000명)가 더 많아진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해고, 권고사직,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자 수는 지난해 137만3000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8.4% 늘었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건설업(3만9000명 증가)과 부동산업(9천명 증가)에서 실직자가 특히 두드러졌다. 올해 1월 건설업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 동월 대비 304억원 늘었다.
초단시간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40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96만6000명)보다 44만명, 2014년(59만4000명)과 비교하면 8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초단시간 근로자 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지난해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분의 70% 가까이는 기혼 여성이 차지했다. 경총은 “불완전 취업보다는 개인 여건에 맞춘 단시간 근로 선택 경향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19.8%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30대와 40대 자영업자는 각각 3만5000명, 1만2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2만3000명 늘어났다. 도소매업 자영업자는 줄었지만, 정보통신업(1만6천명 증가)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6000명 증가)에서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경총은 “경기 침체로 폐업하는 30~40대 자영업자가 늘었고,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층이 자영업 시장에 새롭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채용 위축과 원치 않는 퇴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기혼 여성 중심 초단시간 근로 확대, 고령층 자영업 유입 등 노동시장 이동 방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을 옥죄는 노동시장 법·제도 개선과 함께 고용서비스, 직업훈련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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