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안동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이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수준을 사상 처음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전국의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국가유산청은 “의성군, 안동시 등의 대형 산불과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화재 피해 우려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안동시는 오후 3시 31분쯤 재난 문자를 통해 “의성 산불이 풍천면으로 확산 중”이라며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
풍천면과 붙어 있는 풍산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있다.

하회마을은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병산서원은 '세계유산 2관왕'에 오른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이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앞 10㎞까지 화마가 번져 국가유산청은 민속유산팀과 역사유적정책과 관계자들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안동시와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측은 마을 안의 소화전 30곳을 중심으로 대비하고 있다. 초가지붕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곳곳에는 물을 뿌려둔 상태다.
안타깝게도 화마에 잿더미가 돼버린 문화유산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자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사찰인 의성 고운사는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도 불탄 것으로 알려졌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누각으로 1986년 12월 경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안동시는 산불 확산에 대비해 길안면에 있는 만휴정과 용담사, 묵계서원에 소방차와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청송으로 번지면서 25일 오후 4시 이후 장비와 인력을 철수했다.
만휴정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만휴정이 다 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동시 관계자들은 "직접 확인한 부분이 아니라서 소실 추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이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올린 건 처음이다.
한편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나흘째 확산 중인 산불은 안동을 지나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과 영양, 영덕까지 번지고 있다.
불길이 겉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지만 산불 현장에는 며칠째 강한 바람이 계속돼 진화 속도가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