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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담 40%는 중개사·보조인…주타깃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입력 : 2023-06-09 06:00:00 수정 : 2023-06-09 07: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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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

국토부 수사의뢰 사례 보니
매도 희망가보다 높은 값에 계약 맺고
전세 세입자 유인해 거액 수수료 챙겨
불법중개·감정 혐의자 등 2895명 검거
피해자 2996명·의심 거래 2445억 달해
강서 833억 최다… 화성·부평·미추홀順
“불성실 중개 처벌 강화해야” 지적 나와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의심 거래에 관여한 사람 10명 중 4명은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17일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정부는 8일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22건을 포착해 여기에 관여한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 2020∼2022년 거래 신고된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 중 전세사기 정황이 나타난 거래 2091건과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사례를 추려 점검한 결과다.

 

국토부가 수사의뢰한 거래 중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상담한 피해자는 모두 55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대가 260명(46.6%), 20대가 82명(14.7%)으로 20·30세대가 61.3%를 차지했다. 경찰청의 전세사기 피해자 연령별 현황에서도 법인을 제외한 개인 피해자 2560명 중 63.6%(1628명)가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가 젊은층에 집중된 것은 범죄자들이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전세사기 주요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젊은층은 자금 여력이 없어 아파트 분양이나 매매 등 다른 주거 선택지가 많지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전세사기 위험이 큰 빌라·오피스텔 전세거래에 노출되는 빈도도 크다.

전세사기 의심자 970명 중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 414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임대인은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 업자는 72명(7.4%)이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총 289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8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1만300여채를 보유한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 10개, 허위 전세계약서로 전세자금 대출금 약 788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 21개 등 총 31개 조직을 검거했다. 특히 6개 조직에게는 형법상 최초로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됐다. 대검찰청도 전국 54개 검찰청에 전담검사 71명을 지정하는 등 적극 대응해 왔다.

 

◆“매물 팔아주겠다”고 접근…‘업 계약서’로 보증금 띄우기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토교통부의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바탕으로 10개월간 전국에서 2895명의 피의자가 검거됐다.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보다 많은 2996명에 달했다. 전세사기 피해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 강서구로, 전체 피해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8일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와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전세사기 의심자와 관심자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의심 거래의 보증금 규모는 총 2445억원, 가구당 평균 1억8000만원이었다. 서울 강서구의 보증금 피해가 833억원(337건)으로 가장 컸고, 경기 화성시(238억원), 인천 부평구(211억원), 인천 미추홀구(205억원), 서울 양천구(167억원), 금천구(129억원), 구로구(119억원), 관악구(11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사례 중에는 이른바 ‘업계약서’를 활용해 전세보증금을 띄우는 수법도 확인됐다.

 

A중개사무소는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30대에게 접근해 팔아 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인 1억7500만원보다 더 높은 2억원에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세입자를 유인해 2억원의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중간에서 2500만원을 수수료로 챙겼다가 적발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사회 연결망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의 연결 고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국토부의 수사의뢰 등을 바탕으로 단속한 전체 전세사기 피해 금액은 모두 4599억원에 달했다. 1인당 피해금액으로는 2억원 이하(80.2%)가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30대가 과반(54.4%)을 차지했고,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빌라)·오피스텔이 83.4%로 압도적이었다. 시도청별로는 경기남부청 275건(651명), 서울청 137건(623명), 인천청 80건(389명) 순으로 수도권 및 대도시에서 많았다.

 

이번 단속에서는 불법 중개·감정 행위자가 대거 검거됐다. 대부분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감정사였다. 앞서 지난 1월24일까지 6개월간 실시된 1차 특별단속에서는 불법중개 혐의로 250명이 적발됐고, 2차 단속에서는 불법중개 혐의로 236명, 불법감정 혐의로 45명이 검거됐다. 모두 합하면 전체 검거자의 18%인 총 531명이다. 이들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중개했거나 전세사기 대상 부동산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의 고질적인 불법 전세 관행이 전세사기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단속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사실상 계약을 하는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불성실한 중개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되고, 사안이 경미할 경우 6개월 이내 자격정지 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징역형 외에 형법상 사문서 위·변조, 횡령·배임 등으로 금고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됐을 때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개정안은 다음달 2일 시행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구태연)도 이와 관련, 이른바 ‘1000채 빌라왕’으로 알려진 김모씨(지난해 10월 사망)의 공범인 전 법무사사무실 사무장 강모(46)씨와 부동산 중개보조원 조모(39)씨, 명의 대여자 변모(63)씨 등 3명을 사기 및 사기미수죄로 지난 7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피해자 277명으로부터 총 400억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와 조씨는 당초 사망한 김씨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를 진행하면서 리베이트 수익을 취득해 왔다. 김씨가 세금 체납과 임대차 보증금 반환 불능으로 더 이상 임대사업자 역할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변씨를 끌어들여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 “전세 계약 이후 집주인 바뀌었어도 임차인 대항력 갖췄다면 권리 보호”

 

임대인이 잔금을 치르지 않아 집주인이 바뀌었더라도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다면 세입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씨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10월 경기 광주시의 한 신축 빌라를 임대인 B씨로부터 임차했다. B씨는 이 빌라 건물주로부터 이 집을 분양받는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당시 계약에는 ‘잔금일 전에 임대가 이뤄지면 임대 나간 세대는 임차인 입주와 동시에 잔금을 치르고 B씨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약정이 포함됐다.

 

A씨와 B씨 사이의 임대차계약서에는 ‘이 건물을 매수하는 B씨를 임대인으로 해 계약을 진행하고 건물주에서 매수인에게 등기이전되는 일체의 과정은 공인중개사가 책임지고 진행한다’는 특약을 설정했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보증금 8900만원을 지급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분양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건물주는 분양 계약을 해지하고 A씨가 임차한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계약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씨는 공인중개사, 새 집주인 등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집주인도 ‘무단 거주’ 기간 만큼 월세를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공인중개사가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면서도 새 매수인이 집을 산 시점부터 A씨가 월세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새 집주인의 월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분양계약 해제 전 집을 임차했고 주민등록도 마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 요건을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적법한 임차권이 있다면 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월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인은 매매계약이 해제됐더라도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로서 보호되므로 주택 양수인에 대해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중개사고 땐 플랫폼이 책임”…직방, 강서구서 첫 시범서비스

 

지킴중개를 통한 매물 거래는 △전문 인력의 일대일 매물 현장 검증 △무사고 부동산 중개 경력이 확인된 공인중개사와의 제휴 △계약 분석 전문가의 위험성 정밀진단의 3단계를 거친다. 이후 직방이 자회사인 ‘온택트부동산중개파트너스’를 통해 최종 계약서에 공동 날인하는 방식이다. 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개사고의 책임을 함께 진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와 대검찰청, 경찰청은 8일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전세사기 최대 피해 지역 가운데 한 곳인 서울 강서구 빌라촌. 이제원 선임기자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중개사고 발생의 책임까지 지는 것은 직방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직방은 이를 통해 이용자가 매물과 집주인에 대한 정보 부족 등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공인중개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또 공인중개사의 휴·폐업으로 세입자가 중개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중개법인이 책임을 지는 만큼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방은 다음달부터 서울 강서구에서 지킴중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전세사기 피해 우려가 큰 다른 빌라·다가구 밀집 지역으로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박세준·백준무·정지혜·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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