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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체면 구긴 김정은…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 단행할 것”

입력 : 2023-06-01 06:00:00 수정 : 2023-05-31 20: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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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 서방 200㎞ 해상 떨어져
北 사전 예고 낙하지점 못 미쳐
엔진 결함 추정… 北 실패 인정
대통령실 “11일 전 재발사 대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다. 비행 도중 추진력을 잃고 서해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북한은 발사 2시간30여분 만에 실패를 인정하며 체면을 구겼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번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한 뒤 “북한의 심각한 도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6시29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한 우주발사체 1발은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떨어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에서 서쪽으로 60여㎞ 떨어진 섬이다. 한국과 중국의 중간에 있으면서 양국 간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한·중 잠정조치 수역이다.

발사체 추정 잔해물 인양 북한이 31일 발사했으나 비행 도중 서해상으로 추락한 우주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잔해. 왼쪽 사진은 원통 모양 잔해물의 내부, 오른쪽은 외부 모습이다. 우리 군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으로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8시5분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 부근 서해에서 인양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하다가 해당 수역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 북한이 사전에 예고한 낙하 지점에 못 가서 우리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북한은 1단 로켓 낙하 지점으로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페어링(위성 덮개) 낙하 지점으로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 2단 로켓 낙하 지점으로 ‘필리핀 루손섬 동방 해상’을 각각 지목했다. 그러나 엔진 결함 등으로 인해 예고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오전 8시5분 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인양했다. 이는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으로 추정되며 물체의 표면에는 ‘점검문-13’이란 빨간색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낙하 또는 비행 시 충격으로 파손된 듯 하단 부분은 찌그러져 있었다. 군은 나머지 발사체 잔해도 수거해 전반적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발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도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은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됐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한 발사 일정은 31일 0시부터 6월11일 0시 사이다. 남은 기간 북한이 2차 발사를 강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통신은 “과학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를 공언한 것과 관련해 첫 발사 기한으로 예고했던 6월11일 이전에 2차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6월11일 이전에 다시 발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지난 16일 딸 주애와 함께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찰위성 1호기의 조립 상태 점검과 우주 환경시험이 끝났으며, 탑재 준비까지 완료됐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갈무리

◆北, 25년간 6차례 위성 발사… 궤도 안착 2개 미작동 추정 

 

북한의 위성 발사 역사 속에는 무기 개발의 역사가 담겨 있다.

 

과거에는 미사일 기술 향상의 역사와 밀접했다. 북한의 첫 위성은 1998년 8월31일 ‘백두산 1호’라는 운반체(로켓)에 실어 쏘아 올린 인공위성 ‘광명성 1호’였다. 발사 나흘 뒤 북한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한·미 당국은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 운반체도 위성용 로켓이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1호’라고 봤다. 2006년 7월4일 같은 발사장 무수단리에서 ‘대포동 2호’가 발사돼 이것도 위성인지 혼란이 일었으나 북한이 위성이라 주장하지 않았고 군사훈련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소집돼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 ‘어떠한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는 문구로 북한의 추가 발사를 막으려 했지만, 북한이 “미사일이 아니고 위성”이라는 주장을 펼 수 있는 허점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 위성 발사는 2009년 4월5일이었다. 우주 개발을 명분으로 ‘은하 2호’라는 로켓에 ‘광명성 2호’를 실어 발사했다. 8일 뒤 2009년 4월13일 ‘은하 3호’에 ‘광명성 3호’를 실어 쏘아 올린 것이 세 번째 발사다. 1, 2차 때와 달리 북한이 처음으로 바로 실패를 인정했다. 유엔 안보리는 2009년 6월 결의 1874호에서 위성 발사를 막을 문구를 개선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2012년 12월 ‘은하 3호’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어 발사했다. 북한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고, 미국도 궤도 진입을 확인했다. 이때쯤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탄두를 실어 날려 보낼 수 있는 무기로서의 운반체,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처음 한 것은 2017년이다.

 

2016년 2월7일 ‘광명성 4호’가 ‘광명성’이라는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북한은 궤도 진입에 “완전 성공”했다며 우주강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평했다.

 

다섯 위성 중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광명성 3호 2호기, 광명성 4호 두 개다. 궤도상으로는 미국과 한반도 상공도 통과하지만 두 위성이 관측한 사진 등 자료를 북한이 공개한 적이 없어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제 운반체 능력보다 실제로 우주에서 촬영하고 사진과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진짜 위성’을 갖는 데 주력하게 됐다. 2013년 국가우주개발국을 설립하고 위성 발사에 준비에 매진한 지 10년 만인 2023년 5월 이제 북한은 공식적인 군사 목적의 위성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구현모·박수찬·김예진·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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