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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판단 기준 여전히 모호 [심층기획-전세시장 대혼란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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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9 18:02:37 수정 : 2023-05-29 19: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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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에도 ‘사고’와 구분 논란
최근 수백채·수십채 단위 피해 잦아
2채 이상도 사기로 간주될 가능성 ↑
“여러채 무자본 갭투자 혐의 충분”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무엇을 전세사기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임차인 측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임대인은 전세사기 처벌을 우려해 전세사기와 전세사고는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다음 달 1일부터 관할 지자체에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을 하고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세사기 특별법에서 ‘정부가 어떻게 피해자를 구제할 것인지’만큼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는 ‘정부가 누구를 피해자로 규정할 것인지’였다. 최종 통과된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 중 전세보증금이 5억원 이하이고 대항력을 갖춘 이들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또한 무자본 갭투자의 피해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피해자 측은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수사 개시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입주 전 사기를 당했거나 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경우 등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건 동일한데, 정부가 자의적으로 피해자의 기준을 세우면서 피해자 일부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이다.

반면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사기’는 아니고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은 “정부가 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임대인이 사기범으로 몰리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정부차원의 전세사기·깡통전세 추가대책 마련 및 대통령 면담 재차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인들이 사기와 사고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전세사기가 인정될 경우 이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경찰이 전세사기를 판단하는 기준도 점차 완화하고 있다. 2년 전 드러난 ‘세 모녀 사건’ 당시에는 1000채가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이를 사기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백채, 수십채 단위의 전세피해가 발생하면서 피해 주택이 2채 이상인 경우도 사기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전세 사기범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무자본 갭투자’ 여부를 꼽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경찰청 정례간담회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사기 혐의는 변제 능력과 변제 의사를 본다”며 “단기간에 여러 채를 무자본 갭투자한 경우 전세사기 혐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임대차계약을 할 시점에 임대인으로서의 재산이나 수익 수준을 고려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었는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후 보증금을 어떻게 변제할 계획이었는지 등을 따져본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투자 같아 보여도 본인의 역량보다 과하게 투자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며 “최근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하락에 의해 발생한 피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위험범이 아니라 결과범”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피해라는 결과가 없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은 그때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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