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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아들 “남자끼리 장난을 학폭으로 몰아”…‘이사’ 사유로 반포고 전학 시도 정황도

입력 : 2023-03-27 21:55:55 수정 : 2023-05-15 14: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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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고 상담일지서 정씨 발언 기록돼...“피해자 너무 자주 찾아와 비속어 쓰며 가라고 짜증 낸 게 발단. 허물없이 장난처럼 하던 말”
강제전학 아닌 ‘거주지 이전’ 전학 시도했다 무산·반포고서 만장일치로 학폭 기록 삭제 정황 드러나
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한 학교에서 “장난처럼 하던 말을 학폭으로 몰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반포고 상담일지를 보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22)씨는 전학 직후인 2019년 3월 첫 담임 교사 상담에서 민족사관고에서 있었던 학교폭력 사건과 전학 사유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씨는 상담에서 “기숙사 방에 피해 학생이 너무 자주 찾아와 남자들끼리 하는 비속어를 쓰며 가라고 짜증을 낸 게 발단이 됐다”며 “허물없이 장난처럼 하던 말을 학폭으로 몰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됐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정씨 측에서 민사고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낸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에도 비슷한 주장이 담겼다.

 

교육위에서 활동하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에 따르면 정씨 측은 2018년 6월 춘천지법 원주지원에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사고에서 5월쯤 정씨에 내린 서면 사과와 출석정지 7일, 교내 봉사 40시간 등 징계에 불복한다는 요지다.

 

신청서에는 “(정씨와 피해자가) 친하게 지내며 출신 지역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 별명을 자연스레 지어 불렀다”며 “피해자는 1학년 2학기 때 (정씨와) 기숙사 룸메이트가 되기를 원할 정도로 신청인을 각별히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신청인이 했던 말을 언어폭력이라고 신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또 “피해자가 정씨와의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해보려는 생각에 장난에 가까운 발언을 들을 때마다 웃어넘기고 주변에 힘들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정씨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라고 피해자 태도를 탓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 태스크포스(TF)’ 소속 강득구, 강민정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정 변호사 아들의 강제 전학 처분 기록 삭제 관련 질의를 위해 방문한 서울 서초구 반포고에서 고은정 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포고에서 정씨와 담임교사와의 상담은 2019년 3·7·12월, 2020년 1월 총 4차례 이뤄졌다. 2019년 7월과 12월 상담 일지에는 국어 점수 향상법과 진학할 학과 상담을 했다고만 적혀있을 뿐 학폭 관련 상담 기록은 없었다.

 

학폭위 회의가 열린 2020년 1월28일 4차 상담 때는 반성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자세를 상담했다고 기록됐다. 학폭위는 같은 날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정씨의 학폭 기록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담임교사는 당시 학폭위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타인의 의견에 대해 감정적이거나 충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을 했다”며 “앞으로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부분을 자제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대한 삭제를 신청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앞서 민사고에서 반포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학폭으로 인한 강제 전학이 아닌 ‘거주지 이전’ 전학으로 행정 처리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19년 2월8일 전출 사유로 ‘거주지 이전’을 선택한 일반고 전·입학 배정원서를 서울교육청에 제출했다. 원서에는 민사고 교장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서울교육청은 같은날 전학 요건이 충족됐다며 결원이 있고 가장 가까우며 1지망으로 적어낸 반포고에 정씨를 배정했다.

 

그러나 닷새 뒤인 2월13일 반포고는 전·입학 절차 변경이 필요하다며 서울교육청에 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주지 이전 전학은 이튿날 취소됐다. 민사고는 같은날 곧바로 학교폭력 가해학생 전학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교육청에 보냈다. 반포고는 이 공문을 넘겨받고 전학을 받아들였다.

 

반포고와 민사고가 이같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는 오는 31일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경위를 따질 계획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심의위원은 9명으로 구성됐고, 그중 6명이 출석했다”며 “출석 위원 중에는 경찰, 변호사, 의사 직업군이 있었는데, 이중 변호사가 2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근거로 전원 만장일치가 나왔는지, 정 전 검사가 이 과정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어떻게든 자녀의 학폭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또다시 권력의 칼을 휘두른 것은 아닌지, 제기되는 의혹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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