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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무기 움직이는 푸틴…심리전인가 실제적 위협인가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3-03-27 16:31:12 수정 : 2023-03-27 16: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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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합의”…나토 회원국 폴란드 코앞
러, 30년만의 ‘국외 핵무기 배치’ 우려…“나토 위협, 중대 변화”
나토 “위험하고 무책임”…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 시사
NYT “서방이 더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그간 핵위협을 반복해온 푸틴 대통령의 심리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러시아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의 무게가 남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며 핵비확산 합의를 깨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 ‘국외 핵무기 배치’는 30년만

 

러시아는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으며, 오는 7월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국외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적이 없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는데, 이듬해 각국이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에 동의함에 따라 1996년 이전이 완료된 바 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국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일단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며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크라 “러 벨라루스 인질 삼아”…서방 일제 규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크렘린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계획에 대해 “푸틴은 자신이 지는 것이 두렵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푸틴이 (이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전술무기로 겁을 주는 것뿐임을 시인한 셈”이라고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의 핵위협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이어 러시아의 핵태세에 변화가 없어 이에 대한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나토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의 핵태세에 우리의 핵태세를 조정할 정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나토 동맹국에 배치해왔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나토의 핵공유와 관련한 러시아의 언급은 완전히 잘못됐다”면서 “나토 동맹국은 국제조약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하는 등 지속해서 군축협정을 지키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렵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유렵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위터에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긴장 고조 행위이며 유럽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썼다. 보렐 고위대표는 “벨라루스는 지금도 그 일을 멈출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지”라며 “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로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이와 관련해 유럽과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강화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끌어들인 나토의 핵공유 관련 비유는 사태를 오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 행보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벨라루스는 최근 국제사회에 여러 차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결정은 (2019년 파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과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 뒤이어 유럽 전략안정성 통제체제를 훼손하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도 “벨라루스 내 핵무기 배치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또다른 핵위협 시도”라고 비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리전인가 실제적 위협인가…전문가들 의견 분분

 

러시아의 전술핵 전진배치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단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억제하려는 심리전이라는 관측이 일단 힘을 얻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되풀이되는 핵무기 사용 위협이 실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선택지라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이후 지속해서 선제 핵 타격 가능성, 핵무기 기반 시설 건설 등을 거론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엄포 배경에는 서방이 더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26일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다. 서방 지도층과 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퍼트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있는 핵무기로도 광범위한 거리의 표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탄두 위치를 조금 이동시킨다고 해서 핵 위협이 많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추적해온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핵전쟁 위험이 적은 ‘정보 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ISW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핵 확전 공포를 이용하려고 한다”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를 깨트리기 위해 실제 사용할 의도가 없이 반복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심한 손실을 보고 푸틴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핵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더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떠오른 중국은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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