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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상이 포르노? 피렌체 시장, 교장 해임한 美 학교에 “헛웃음 나오는 일”

입력 : 2023-03-27 12:50:15 수정 : 2023-06-06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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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학교 이사진, 수업 시간에 ‘다비드상’ 보여줬다며 교장 해임
다비드상 전시 중인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해당 학교 학생·학부모 초청
피렌체시, 해고된 교장 초대…시장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선 안돼”
다비드상.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의 한 학교에서 이탈리아 건축·조각가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조각상을 수업 시간에 보여줬다가 ‘포르노’라고 주장한 몇몇 학부모의 항의로 교장이 해임되는 일이 벌어지자 이에 대해 이탈리아 측이 일침을 가했다. 

 

다비드상이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시는 해고된 교장을 초청하고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미술관 측은 ‘와서 보고 배우라’는 의미로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했다. 

 

26일(현지시간) 미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은 지난주 6년 미술 수업에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과 관련해 교장 호프 캐러스킬라에게 사임하라고 압박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나체 조각상을 수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항의한 데에 뒤이은 조치였다. 캐러스킬라 교장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는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했다. 

 

다비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대표작이다. 1504년에 완성된 약 5m 높이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으로 구약성서 속 소년 영웅 다비드(다윗)가 돌팔매로 블레셋 거인 장수 골리앗을 물리치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냈다. 

 

나체로 표현된 다비드의 다부진 체격과 긴장과 결의에 찬 표정, 물 흐르듯 균형 있는 자세 등으로 당대부터 큰 호평을 받아 ‘피에타’(1499년)와 함께 젊은 미켈란젤로를 거장 반열에 올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학교 이사진은 다비드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 캐러스킬라 교장을 해임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서 ‘나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에 대해 ‘다비드 보유국’ 이탈리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수도 로마에 있는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인문학 연구 책임자 마를라 스토네는 “다비드상이 사전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이 미국 내 ‘문화 전쟁’의 또 다른 사례라며 “역사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다비드상의 성기 부분을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 캐릭터로 가린 뒤 ‘망신’(vergogna)이라고 적은 만평을 26일자 신문 1면에 싣기도 했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르네상스 시기의 걸작이 나체로 표현됐어도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이러한 미국의 문화 전쟁을 두고 이탈리아인들이 어처구니없어한다고 전했다. 

 

급기야는 다비드를 소장한 미술관과 미술관이 있는 피렌체시까지 나섰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캐러스킬라 교장에게 도시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면서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헛웃음 나오는 일’이라며 이 사건을 바로 잡길 원했다. 

 

다비드상을 전시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도 이번 논란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문제의 학교 이사회와 학부모, 학생회를 초대해 작품의 ‘순수함’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홀베그르 관장은 “다비드가 포르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는 물론이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은혜 온라인 뉴스 기자 peh06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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