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배틀·요리·버라이어티 등 다양
‘서진이네’ 시작 tvN 상반기만 5개 예약
SBS, 여섯 남자의 수학여행 미션 예능
김태호 PD, 실사판 부루마불 게임 공개
곽튜브·원지·빠니보틀 상금 두고 경합
올해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방송가도 이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연진들이 해외에서 생활하는 예능 프로그램. 해외에서 장사하거나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여행을 떠나거나 수학여행을 가거나 사적 취향이 가득한 휴가를 보낸다. 게다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버들을 섭외한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억눌려왔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는 동시에 다양한 여행 트렌드를 방송가가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니즈(needs·요구)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곳은 tvN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5개가 넘는 해외 촬영 예능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우선 지난달 24일부터 ‘서진이네’를 방송 중이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 ‘윤식당’의 스핀오프다. 윤식당에서 이사로 활약했던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해 ‘한국의 패스트푸드’로 불리는 김밥, 떡볶이, 김말이, 라면 등을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한다. 이서진을 비롯해 ‘윤식당’에서 활약했던 정유미가 이사로, 박서준은 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윤스테이’에서 호흡을 맞춘 최우식은 경력직 인턴으로 함께한다. 여기에 박서준·최우식과 친분이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신입 인턴으로 합류했다.
지난 2일에는 ‘텐트 밖은 유럽’의 시즌2 ‘스페인 편’이 방송됐다. 지난해 8월에 방송된 ‘텐트 밖은 유럽’은 호텔 대신 캠핑장, 기차 대신 렌터카, 식당 대신 현지 마트를 이용해 자유로운 방식으로 유럽을 여행하는 캠핑 예능이다. ‘스페인 편’ 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대외비’의 조진웅을 포함해 MBC ‘금수저’와 tvN ‘슈룹’의 최원영, 영화 ‘기생충’의 박명훈, tvN ‘멘탈코치 제갈길’의 권율까지 ‘캠핑 초보’인 이들은 10일간 발길 닿는 대로 스페인 구석구석을 찾는다.
오는 27일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떠난 네 남자의 지극히 사적인 동남아 탐방기 ‘아주 사적인 동남아’를 방송한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사위와 장손을 연기했던 김도현과 김남희를 포함해 배우 이선균, 감독 장항준이 어떠한 호흡을 펼칠지가 관전 포인트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4인방(허성태·이시언·안보현·곽튜브)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니가가라 시드니’와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등 한식 불모지에서 직접 창업부터 운영까지 나서는 과정을 다루는 ‘장사천재 백사장’도 올해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SBS는 9일부터 ‘수학 없는 수학여행’을 방송한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특별한 미션과 색다른 게임을 수행하며 펼치는 여섯 남자의 낭만 있고 수학 없는 무지성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런닝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최보필 PD가 연출을 맡았다.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 빠니보틀(빠니보틀 Pani Bottle), 원지(원지의 하루), 곽튜브(곽튜브 KWAKTUBE)가 김태호 PD와 함께 직접 설계한 부루마불 게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 ‘주사위 한 번에 대륙이동-지구마불 세계여행’도 공개됐다. 지난 2일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TEO’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행 콘텐츠를 동시 공개하고, TV로는 지난 4일부터 매주 토요일 ENA를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올해 해외 촬영 예능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색다르다는 평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19로 2∼3년간 억눌려왔던 여행, 특히 해외로 떠나는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만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개성을 담아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해외 촬영 예능 특징 중 하나는 유튜브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라며 “유튜브처럼 명확한 계획 없이 배낭만 메고 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유튜버가 직접 TV에 출연하는 것이 예년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도 “해외에서 출연자의 반응을 보여주는 기존 여행 프로그램 형식을 답습하는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서진이네’처럼 해외를 배경으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등의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TV는 일반인에게 친숙하면서도 전문적인 현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유튜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체험과 재미를 중시하는 1인 미디어의 특징을 활용해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려는 매스미디어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나친 흥미 위주이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생산될 우려도 있다”며 “정보 전달과 체험 및 흥미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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