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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주도로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與 “대통령에 거부권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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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영·이현미·박지원·김승환·이지안·이진경·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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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 표결서 찬성 9명으로 통과
與 “날치기 입법” 강력 반발 속
野, 21일 李 장관 회견 문제 삼아
“국회 논의 사항 공식반대 부적절”

與 환노위 소속 의원들 성명내고
“파업만능·불법파업 합법화” 비판

경제계 입법 중단 요구 등 반발
노동계 “노조할 권리 보장” 환영

더불어민주당은 21일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일방적 처리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재계는 “파업만능주의를 낳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환노위는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민주당(9석)과 정의당(1석)이 다수를 차지한 ‘여소야대’ 구성인 데다 민주당 소속 전해철 의원이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민의힘(6석)이 막을 도리가 없었다.

민주당은 “합법파업 보장법”이라고 주장하며 강행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 표결(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與 “역사의 심판 받을 것” vs 野 “고용장관 기업 대변인이냐” 

 

“위원장님,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겁니다.”(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오전 11시쯤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가결을 위해 거수 표결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전 위원장은 아랑곳 않고 표결을 진행했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찬성 9명·반대 0명으로 사실상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됐다.

與 강력 항의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21일 환노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오른쪽)이 개정안 상정에 반발해 퇴장하며 전해철 위원장(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여야 의원들은 환노위 전체회의를 시작하면서부터 노란봉투법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포문을 연 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고 밝힌 데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내비친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도 “이 장관이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왜곡하고 의원을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김영진 의원도 “(노란봉투법은) 공청회 1회, 법안소위 4회에 수차례 개별 의원 토론회를 통해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 논의된 것인데, (이 장관이) ‘파업만능주의’라고 기자회견을 해버리면 환노위 논의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그간 논의가 노동권 보장에만 치우쳐 있고 사용자 측 재산권 보호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채 진행됐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공청회만 해도 (노란봉투법에) 문제점이 많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 합의를 도출할 만한 지점에 다다르지 못했다”며 “노동권 보장 취지를 알겠는데, 사용자 측 재산권 보호 문제는 충분히 토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균형적으로 재산권과 노동권을 잘 보장해줘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막무가내로 통과시키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항의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직전에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 절차에 대해 “국회법상 문제가 있었다. 날치기 통과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건조정위 가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비공개 방침에 반발해 퇴장했다. 당시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그간 소위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관례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법 개정이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임이자 의원은 “현재 법만으로도 노동삼권 다 보장된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 들어와서 투자하겠나. 외국자본이 안 들어오고 국내자본이 나가면 민노총·한노총이 아니라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1000만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체회의 산회 이후 낸 성명에서도 “(노란봉투법은)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고 불법을 합법파업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원칙을 훼손해 가해자 불법을 오히려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거수 표결 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런 의견에 대해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윤건영 의원은 “노동자 한 사람에게 (기업이) 수백억원의 손배소를 하는 게 사리에 맞는가가 이 법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파업 투쟁을 보고 난 뒤 (하청노동자에게도) 교섭할 권리,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깨달음에서 이 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환노위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될 경우 본회의 직회부 수순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표결(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법사위가 또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조속한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본회의에서 법안이 가결되더라도 정부·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어 법 개정을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파업 천국’을 만들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위헌봉투법’ 또는 ‘파업 만능봉투법’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데 노란봉투법이라고 미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1년 내내 노사 분규에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의 일방 처리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안과 위헌 요소가 있는 법안 등에는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연합뉴스

◆경총 “국가 경쟁력 심각하게 저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사실상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자 경제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 제2조에서는 사용자 개념에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하게 돼 법적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이 입법되면 현행 산업구조에서 보편화한 도급 활용에 지장이 생기고, 파업이 만연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노동 판례·정책 동향 및 기업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강연을 맡은 김동욱 파트너변호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모호한 문구를 통해 계약관계도 없는 하청근로자의 사용자가 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도급 사용에 엄청난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만 파업할 수 있었지만 법이 통과되면 언제든지 근로조건에 대해 파업할 수 있어 파업만능주의를 조장할 것”이라며 “파업은 노조원들의 집단적 행위임에도 손해배상은 개별 조합원별로 행위를 입증하고 청구해야 하기에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도 입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입법을 중단해주길 바란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무분별한 노동조합의 파업이 만연하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뉴스1

정부도 노란봉투법이 몰고 올 파장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입장문에서 “노동 정책과 법 집행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환노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과연 노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내놨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한 노조법 2·3조 개정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수많은 노동자의 피로 일궈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일하는 사람 누구라도 노조를 자유롭게 설립·가입할 수 있어야 하고, 노사 자치와 협약 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을 계기로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전면 개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다 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을 두고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에는 눈감고 사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했다”며 “여당이 환노위 결과를 수용해 신속한 상임위 의결과 본회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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