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꼽아야 7명 이탈” 전망 나와
지도부, 당론 채택은 검토 안 해
무기명 투표 변수 “이탈 배제 못해”
李, 당 의원 전원에 친전 보내기로
검찰이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시험대에 서게 됐다.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결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부결이 현실화되면 ‘방탄 역풍’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칠 수 있어 당 안팎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면 27일이나 28일 추가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하겠다는 것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길게 끌고 가봤자 도움될 게 없다”며 “(이 문제를) 2월 안에 마무리짓자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들이는 ‘표 단속’… “李, 의원들에 친전 전달”
민주당은 대체로 체포동의안 표결 시 부결을 낙관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을 떠나 검찰 수사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데 소속 의원들이 수긍하는 분위기라서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지금쯤 되면 결정적 물증이 언론에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데다 이 대표가 소환조사에도 매번 응했다”며 “정말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대장동 일당의 뒤바뀐 진술 말고 물증이 없다. 제1야당 대표에게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어디 있는가”라며 “이 대표는 세 차례 소환조사에 300번 넘는 압수수색도 받았다”고 말했다.
의원 전원이 표결한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당내 이탈표를 28표 아래로 막으면 된다. 전체 299석 중 체포동의안 찬성이 예상되는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이 모두 합해서 122석이기 때문이다. 친명계 한 의원은 이탈표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튀는 발언을 하는 의원이 많이 꼽아야 7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뒤 상황에 따라 ‘가결’에 힘을 싣는 의견이 확산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체포동의안을) 보고 난 후에 (의견을) 정하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이탈표가 28표 이상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무기명 투표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온건 성향 의원들의 부결 투표를 유도하는 효과는 거둘 거라 보기 때문이다. 다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당론 투표는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다음주쯤에 의원총회가 열릴 것 같다”며 “거기서 많은 의원들이 의견을 내고 당론 채택에 대해서도 여러 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론 채택을 유보하는 대신 ‘표 단속’에 공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의원 대상으로 1대 1 면담을 진행해온 데 이어 조만간 소속 의원 전원에 친전을 보낼 예정이다.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세 결집에도 나선다. 민주당은 당장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지역위원장 회의를,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규탄대회에는 소속 국회의원·수도권 지방의원·당직자 등이 총출동한다.
◆‘방탄 역풍’ 우려에 당내 위기감 고조
단일대오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방탄 역풍이 당 안팎에서 거셀 수밖에 없어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대선 당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특혜’로 규정하고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만큼 민주당이 다시 한 번 ‘내로남불’의 덫에 걸리는 꼴이 된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정국이 그 격차를 더 크게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수도권 지지율 타격이 클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친명·비명계 간 갈등이 표면화할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역풍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면책특권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체포동의안 가결 절차를 통하기보다는 ‘권성동 모델’, 즉 권성동 의원이 직접 (법원에) 나가서 영장심사를 받았던 사례를 따르라. 그게 깔끔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 사건 수사를 받던 중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하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입장을 밝혔고 영장은 기각됐다.
◆표결 결과 따라 차기 원내대표 선거도 요동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이탈표’ 유무가 의원들 민심 향배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구도는 홍익표·박광온·전해철 의원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 중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이고, 홍 의원과 박 의원은 친문이자 친이낙연계로 분류된다.
당초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원내대표 후보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변했다. 친명계는 초·재선 의원이 대부분이고, 3선 이상급은 주요 당직이나 상임위원장을 이미 맡고 있어 차출이 어렵다.
박 의원과 전 의원이 주류로 올라선 친명계에 구애를 하고 있지만,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은 최근 홍 의원을 향하고 있다는 게 친명계와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이다. 홍 의원은 ‘이낙연 지도부’에서 민주연구원장을 지냈고, 대선 경선 당시에도 이 전 총리를 도왔다. 홍 의원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친명계·처럼회 의원들과도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이해찬 지도부에서 수석 대변인을 지내 친이해찬계 인사로도 분류된다. 이재정 의원과 이해식 의원이 당시 대변인을 같이 했다. 이재정 의원은 처럼회 의원들과 가깝고, 이해식 의원은 이재명 체제에서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다.홍 의원은 이들과 주기적으로 만날 정도로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친명계 인사들이 홍 의원을 지지하고, 홍 의원 역시 처럼회와 친명계 의원 모임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관건은 이 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다. 가결이라도 된다면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명심’은 도리어 약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가늠할 잣대다. 정당 지지율이 받쳐 준다면 ‘명심’을, 지지율이 부진하다면 이 대표를 견제할 의원을 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26%로 39%인 국민의힘과 13%포인트(p) 차이가 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당 격차는 지난 조사였던 1월 5주 조사 때보다 6%p 높아졌다.
◆이르면 27일 표결… 韓 법무 가결 촉구 연설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조만간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국회와 법원 등에 따르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내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대검찰청을 통해 법무부에 제출한다. 회기 중 현직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법무부는 내부 결재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제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접수된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절차까지 최소 이틀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검찰의 영장 청구부터 체포동의안 제출까지 8일이 걸렸고,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은 4일,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 7일, 같은당 노웅래 의원은 2일이 각각 소요됐다.
국회는 체포동의 요청을 받은 후 처음 개회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여야는 24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상황인 만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보고는 그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체포동의안 보고 후 24∼72시간 사이에 표결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현재 28일로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와 일정이 겹쳐 이르면 27일로 표결이 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결 당일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달라는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본회의 표결에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재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표결 결과에 따라 국회는 통지 공문을 법무부에 제출한다. 이후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는 수순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 일정이 잡히고 법원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부결 시 영장은 본안 심문 없이 기각된다. 즉, 구속영장이 사실상 효력을 잃게 돼 이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은 국회 회기가 아닌 때에 다시 영장을 청구할 수 있지만 체포동의안 부결 시 후폭풍이 상당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헌정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구속동의안은 총 62건이었고 이 중 16건이 가결됐다. 특히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총 4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3건은 가결, 1건은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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