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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연금개혁… 10월 개혁안 도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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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섭 선임기자, 이정한·김현우·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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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특위 “구조개혁 먼저” 말 바꿔
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 차순위로
“총선 앞두고 정치권 표 의식” 지적
정부 ‘10월 종합운영안’ 구상 차질

윤석열정부의 국민연금제도 개혁 논의가 궤도를 이탈해 산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7월 구성돼 민간자문위를 꾸리는 등 연금개혁 논의를 주도하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돌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라는 모수개혁안 마련을 정부 몫으로 떠넘기면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금개혁 방향성을 재정안정에 둘지, 소득보장에 둘지에 관한 여야 이견도 상당해 연금특위가 활동 종료 시한인 4월까지 단일한 조율안을 내놓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연금특위가 삐걱거리면서 국회 개혁안과 공청회 등을 토대로 오는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내놓기로 한 정부 방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연금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9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소득수준 하위 70% 노인에 지급), 퇴직연금 등 노후소득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한 뒤에야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연금특위나 민간자문위 활동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의 핵심 사항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안 주체가 연금특위에서 민간자문위로, 다시 정부로 떠넘겨지는 모양새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도 전날 기자들에게 “구조개혁 부분을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선 구조개혁·후 모수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모수개혁은 연금의 기본 틀은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연금 가입·수령 연령 등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직역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의 기능 및 역할을 연계해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재설계하는 거시적 개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연금개혁을 회피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성주 의원은 “정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졸속이 될 수 있고, 그걸 피한다고 지연시키면 앞으로도 개혁은 어렵다”며 “총선과 관계없이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다면 입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차질 없는 연금개혁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국회의 모수개혁 논의 중단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올해 3대 개혁에 대해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얘기해서 정부 전체적으로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5차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2개월 앞당기는 등 최대한 지원했는데 당혹스럽다”며 “연금특위 논의 내용을 지켜보고 개혁안을 참고해 정부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용하,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 연합뉴스

◆다시 원점 돌아간 연금개혁… 국회·정부 투트랙으로 가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국민연금제도 ‘모수개혁’보다 ‘구조개혁’에 우선 집중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 연금개혁 초안을 위해 논의해온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위원들도 예상치 못한 방향 전환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회가 모수개혁을 정부 몫으로 돌리면서 국회는 구조개혁 방향을 잡고, 정부가 모수개혁을 추진하는 ‘투트랙’으로 개혁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초안 제출 일정부터 꼬인 탓에 10월까지 나올 예정이던 정부 개혁안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자문위원들 “당황스럽다”

 

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 위원들은 개혁 방향이 갑자기 바뀐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김연명·김용하 자문위 공동위원장이 전날 만나기 전까지는 개혁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5년 전 4차 재정추계 때보다 기금소진 시기는 2년 앞당겨진 2055년으로 예상됐다. 연금 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듬해인 2041년부터 지출이 수입보다 커지면서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해 2055년에는 47조원의 기금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남정탁 기자

투트랙 개혁은 애초 연금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제시됐던 방안이다. 올해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지는 재정계산이 있는 해여서다. ‘더 내고 더 받는’ 등의 지출과 수급에 대해 정하는 모수개혁은 연금의 재정과 연관이 크다. 정부가 이번 5차 재정추계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까지 연금제도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는 만큼, 정부가 모수개혁을 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금특위도 자문위를 구성해 구조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연금특위는 ‘연금개혁 속도전’을 내세우며 지난해 11월 구성된 자문위에 지난달까지 개혁 초안을 내라는 미션을 줬다. 자문위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가동됐는데 의제를 구체적으로 살피는 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됐고, 구체적인 개혁 논의는 사실상 지난 한 달간 진행됐다.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구조개혁을 짧은 시간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문위는 구조개혁에 대해선 방향을 제시하고 모수개혁에 집중했던 것이다. 한 자문위 위원은 “연금특위에서도 자문위 내용을 계속 보고받았는데 갑자기 방향이 바뀐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퇴직연금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특수직역연금 통합 등을 다루는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모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기준이 정해져야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연금 간 형평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의 속도를 올리려다가 정부와 국회의 스텝이 꼬이게 됐고, 보험료율 인상이 이슈가 되면서 여론의 반발을 우려한 국회가 원점 재논의라는 ‘악수’를 둔 셈이다.

◆일각선 “단일안 내지 못한 자문위가 정치권 부담 키워” 시각도

 

일각에선 자문위가 단일안을 내지 못해 정치권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연금개혁 협의체였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단일안이 아닌 4개의 복수안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연금개혁에 실패했다. 자문위 내부에서도 복수안을 내면 정치권이 책임을 회피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막판까지 단일안을 내려고 했지만 결렬됐다. 자문위 한 위원은 “연금개혁을 정치적으로 풀긴 어려운 문제여서 전문가들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데 합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위원은 “국회가 구조개혁 등 큰 방향을 제시하고 모수개혁을 비롯한 세부적인 방안은 정부의 재정계산위원회가 맡아 개혁안을 제출하는 방향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까지였던 자문위 초안 제출이 이달 말까지로 미뤄지고, 연금특위의 개혁 방향도 바뀌면서 오는 4월 마감 시한이던 연금개혁 초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 과정도 고려하면 초안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개혁안도 오는 10월까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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