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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만 나눠줄 수 있나요”…사람들로 가득한 예산시장

입력 : 2023-02-06 01:00:00 수정 : 2023-02-06 16: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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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괜찮으면 막걸리 한 잔만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 31일 당일치기로 부산에서 왔다는 한 남성이 본지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시 기자는 충남 예산군 예산시장에서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먹고 있었다.

 

예산시장은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더본코리아와 예산군이 함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 

 

상설시장이지만 5일장이 열리는 때를 제외하고는 손님들도, 심지어 상인들의 발걸음도 뜸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31일에 찾은 예산시장은 달랐다. 평일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장옥(점포를 헐고 만든 광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825㎡ 규모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불판에 고기를 굽거나 국수를 먹거나 통닭을 뜯고 있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맥주와 소주였다. 예산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골목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가 이미 이른 오후 시간에 모두 동이 났기 때문이다.

 

예산시장은 1981년 개설한 연면적 6719㎡ 크기 상설시장이다. 1926년 시작된 예산 5일장과 더불어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예산 인구가 7만7000여 명으로 줄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개장 초기 110개였던 점포는 현재 50여개에 불과하다.

 

백종원 대표는 2017년께 그의 이름을 딴 국밥 거리 조성 초기부터 예산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2018년부터 예산군과 함께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소머리·돼지국밥과 국수를 특화한 백종원 거리 조성에 힘을 보탰고, 시장 안에 ‘골목양조장’을 입점시켰다. 지난해에는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가 사들여 옛날 모습을 살린 식당으로 뜯어 고쳤다. 그 결실을 지금 맺고 있다. 지난달 9일 정식 오픈하고 한 달이 되지 않아 4만명이 넘게 예산시장을 방문했다.

 

변준호 더본코리아 지역개발사업팀 부장은 “초기에 백종원 대표가 예산시장을 살린다고 하니까 오히려 시장 상인분들이 여기에 투자하지 말라고 말렸을 정도였다”며 “지금은 자리가 부족하고 줄이 시장 밖에까지 이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1차로 창업 지원 4곳, 2차로 기존 상인 개발·지원 6곳 등만 진행된, 아직 시작도 안 한 단계”라며 “3차에 피자집과 전집, 골목양조장 내 보틀숍 등이 들어서는 등 5차까지 계획을 잡아놨다”고 덧붙였다.

 

박유덕 골목양조장 대표도 “오전 11시, 오후 4시에 나눠 한 사람이 사갈 수 있는 막걸리 수를 제한해서 판매하는 데도 30분도 못 버티고 매진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예산시장’의 변화는 성공적이다. 다만 ‘예산시장’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전국 각지에서 백종원이 말했던 예산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그리곤 예산시상에서 먹거리를 사고 먹는다. 아직은 여기까지다.

 

이러한 점은 이미 더본코리아도 고민 중이다. 박 부장은 “예산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부, 인근 상권까지 보고 있다”며 “예컨대 시장 밖에 푸드트럭 공간을 마련하거나 ‘국화·국수·국밥’ 등 예산을 대표하는 3국을 이용한 삼국축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 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와 함께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백련막걸리로’ 유명한 충남 당진에 있는 신평양조장이나 예산 사과로 만든 증류주 ‘추사’로 유명한 예산사과와인 등 인근 명소와 연계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예산시장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권 전체와 연결이 된다면 인구 소멸이라는 과제에 놓인 지방 소도시를 살리는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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