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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불붙는 핵무장론, AI 생각은 어떨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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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5 06:00:00 수정 : 2023-02-05 13: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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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였던 1945년 8월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 이래 핵은 전쟁과 국제정세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인식됐다. 

 

인간이 만든 무기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고, 저지할 방법도 없다는 인식은 핵무기의 위력을 한층 부풀렸다. 세계 곳곳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됐던 이유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제도에서 1971년 실시된 핵실험에서 핵폭탄 폭발 직후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한국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북한 핵위협에 맞서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면서 핵무장을 외치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AI 연구소 오픈AI의 채팅 로봇인 챗GPT에 질문을 던져봤다.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만들고 학습하는 챗GPT는 ‘비확산’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AI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해도 이같은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24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천무 발사대 및 탄약 운반차를 관람하고 있다. 창원=뉴시스

◆‘비확산·긴장 완화’ 강조한 AI

 

한국의 핵무장론은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나 온라인에서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언급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방부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핵에 대응한 실질적인 한미 확장억제 강화와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핵개발에 대한 언급을 꺼내는 것이 예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는 해석을 낳았다.

 

챗GPT는 한국의 핵개발을 어떻게 평가할까. “AI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정책제안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질문에는 뚜렷하게 답을 했다.

 

먼저 챗GPT는 핵보유에 대한 국내 관점을 소개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문제이며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며 “어떤 이들은 핵무기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긴장이 고조되고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신중한 고민’과 ‘비확산’을 언급했다. 

 

챗GPT는 “핵무기 보유 및 사용은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무기의 획득 결정은 모든 잠재적 결과를 충분히 고려,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핵무기 비확산 조약과 같은 국제 협약은 핵확산을 제한하고 군축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국가가 이러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현무 탄도미사일이 발사차량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챗GPT는 △억지력 △자기방어 △국가적 위상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불공정성을 꼽았다.

 

우선 핵무기를 가지면 북한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재래식 무기와 군사작전을 무력화하는 핵무기가 한국이 공격을 받을 때 방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핵보유를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핵을 보유하면 한국이 인도처럼 지역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얻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챗GPT가 NPT의 불공정성을 거론한 것은 특이한 부분이다. 챗GPT는 “일부에서는 NPT가 정의한 국가 간 핵무기의 불평등한 분배가 부당하며, 한국도 다른 국가와 동일한 핵보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언급헀다. 

 

NPT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 이들 외에 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NPT 탈퇴 후 핵개발을 본격화했다.

 

챗GPT가 핵보유론의 4대 근거를 제공했다고 해서 한국의 핵개발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명확한 추가 언급을 통해 ‘비확산’을 재차 강조했다.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CMS) 지대지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러한 주장은 긴장 고조 및 파국적 충돌의 위험을 포함해 핵무기 보유 및 잠재적 사용의 결과와 비교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는 긴장 완화와 핵무기 감축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모든 국가가 이러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에 대해 챗GPT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한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확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핵무기 사용 확률은 복잡한 지정학적, 전략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며 예측하기 어렵다”며 “핵 사용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답변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최근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거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RS는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일부는 핵무기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챗GPT는 “북한이 미사일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든 핵탄두를 장착하든,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전략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긴장완화의 중요성을 다시 거론했다.

 

북한이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탄두 생산을 거론한 사실을 지적했지만, 챗GPT는 요지부동이었다.

 

챗GPT는 “북한의 핵보유와 핵실험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제 사회는 북한이 긴장을 완화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면서도 “모든 국가가 외교와 협상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군의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의 미사일 효과는 절대적이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군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최근 시험발사 가능성이 제기된 현무-5 탄도미사일은 탄두중량이 최대 9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을 극대화한 미사일로 북한 지하시설을 타격,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이외에도 현무-3 순항미사일과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이 실전배치되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으로 운용중이다. 미사일만으로도 북한 내 주요 전략목표를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챗GPT는 한국의 미사일 전력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관련 질문을 입력하자 한참 후에야 답이 올라왔다. 

 

챗GPT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미사일 기반 억지력의 효과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미사일 정확도와 범위, 적의 효과적인 대응책 여부, 전반적인 전략적 환경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억제력의 신뢰도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한국이 분쟁에서 미사일을 사용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적을 믿게 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동맹은 첨단 군사 기술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한반도 분쟁 시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높이므로 한국의 억지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미사일 기반 억지력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자위권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억지력의 신뢰도 제고, 위협 대응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한국과 지역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미사일 전력 외에 한미 동맹을 변수에 추가했을 때 나타났다. 억지력의 효과와 신뢰성,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은 예전과 다름없이 거론됐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강해졌다. 

 

AI가 한반도 안보환경을 평가할 때,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만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 표적에 탄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무력화하는 공세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1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교란·파괴하는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선제타격과 유사한 개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챗GPT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징후가 감지되면 한국군이 먼저 파괴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챗GPT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문제”라며 “대량살상무기 파괴를 위한 무력 사용 등의 선제적 군사 행동에 대한 합법성과 윤리는 각 사례의 구체적인 상황에 달려 있으며 국제적 관점에서 사례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책에 대한 질의응답은 매우 복잡한 개념을 포함한다. AI가 답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기존에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분석가, 연구원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의견을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이 많았지만, 눈에 띄는 언급도 적지 않았다. 

 

챗GPT의 언급이 틀리거나 부실할 수도 있다. 다만 ‘인터넷의 미래’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챗GPT가 앞으로 학습을 거듭하면,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용자의 인식을 바꾸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챗GPT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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