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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에 무너진 우리의 꿈…”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사고에 아버지는 다시 울먹였다

입력 : 2023-02-03 15:04:09 수정 : 2023-02-03 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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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사고 발생
하교 중 9세 소년 사고로 사망…운전자는 구속 기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왜 제자리인가’ 토론회에서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하교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아들(사고 당시 9세)을 떠올리며 이모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아이가 장차 커서 큰 꿈을 키우겠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꿈은 2022년 12월2일…. 음주 뺑소니범에 의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3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왜 제자리인가’ 토론회에서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하교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아들(사고 당시 9세)을 떠올리다가 이처럼 울먹였다.

 

이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이 생각날 때면 그리움이 밀려와 (그 그리움이) 잔잔해질 때까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다”며, “수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원인은 음주운전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아이를 보호하는 보행로, 울타리 등이 없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런 면에서 아들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인재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우리 아들은 9년 1개월의 짧은 시간 저희 곁에 있다가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이라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다시 울먹이고는 “아들의 평소 마음을 고려할 때 동생, 친구, 앞으로 초등학생이 될 후배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사고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 설치 의무화가 담긴 ‘도로법 일부개정안’,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등의 어린이보호구역 교차로 설치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발의를 두고는 “법이 취지대로 제정될 수 있게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부탁한다”며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씨는 호소했다.

 

앞서 30대 운전자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쯤 만취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던 중, 언북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 이모(9)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로 같은 달 구속기소됐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인 0.128%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고, 이군을 충격한 후에도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처음에는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법률 재검토 등을 거쳐 입장을 바꾼 후, 이 같은 일에 대해 유족에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지역에 수년간 거주한 운수회사 대표인 A씨가 사고 장소의 위험성을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고, 운전석에서 충분히 전방의 피해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운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태 의원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사고가 난 언북초 현장을 둘러보니)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에 의해 숨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어린이들의 생명권이 왜 지켜지지 못하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강남구를 지역구로 둔 태 의원은 사고 후부터 언북초 학부모 등과 통학 시 어린이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논의 자리를 이어왔다. 현장의 과속‧주‧정차 단속 카메라 미비와 사고 지점 인근 방지턱 없는 골목 등이 문제로 지적된 데 이어 ‘고원식 교차로(높게 포장된 교차로)’ 또는 ‘사괴석 포장(노면을 울퉁불퉁하게 돌로 포장)’으로의 개선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는 양방통행인 사고 지점 도로의 일방통행 전환이 추진 중이다.

 

태 의원은 “음주운전 차가 달려들 때 어린이들의 그 자그마한 몸을 숨겨줄 수 있는 땅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왜 존재하는가”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목소리를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한 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는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방재연구센터장,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본부장, 언북초 학부모운영위원장인 권순호 변호사, 조우종 경찰청 교통운영과장, 허억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강 본부장은 제대로 된 규격을 갖추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등을 지적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와 보행로의 물리적인 분리 필요성을 내세웠다. 물리적인 분리가 불가능하다면 차도 폭을 좁혀서라도 보행로의 적정 폭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도로폭이 좁다면 ‘일방통행’으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통학로 형태, 통학로 내 불법 주‧정차 단속, 지역사회의 보호활동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 이른바 ‘통학로 위험도 조사’를 추진 중이라며 도로교통 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함께 안전지수 개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언북초 주변을 놓고는 “보도가 없는 그냥 차도”라며 “어른들이 (운전하기)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개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변호사는 “믿기 어렵게도 인도 없는 통학로로 아이들이 통학하고 있다”며 “학교 주변 안전은 구청이나 경찰서가 아닌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므로, 개선 작업에는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행자 안전과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보도를 설치‧관리할 수 있다는 현행 ‘도로법’ 규정을 두고는 “의무가 아닌 것으로 나와 있다”며 조문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남구는 언북초를 포함해 관내 총 32개 초등학교 중 보도가 없는 12개교에 대한 특별 교통안전대책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안전대책에는 보도와 보행자 안전을 위한 방호울타리, 차량 속도를 줄여주는 사괴석(육면체 돌) 등 설치가 포함됐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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