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피해 온 할머니 내쫓은 경찰… 서장 “엄중 조치할 예정“ 사과문

열차 막차 끊겨 인근 지구대 찾아
지구대측 “욕설해 퇴거조치” 입장
경찰, 진상조사… 고소장도 접수

한겨울 늦은 밤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은 70대 여성을 경찰관들이 내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일자 관할 경찰서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내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을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일에 대하여 민원인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더욱 배려하고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도 세심하게 살펴 공감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위를 피해 부산 동부경찰서 소속의 한 지구대를 찾은 노인을 경찰이 내쫓고 있다. MBN 캡처

부산경찰청은 A씨가 B지구대 경찰관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사건을 동부경찰서와 인접한 부산진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14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부산역 인근 B지구대를 찾아왔다. 당시 A씨는 서울행 마지막 열차를 놓친 뒤 가진 돈이 없어 갈 곳이 없던 차에 날씨마저 추워 해당 지구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구대 소파에 앉아 40분가량을 머무르다 경찰관에 의해 강제로 지구대 밖으로 쫓겨났다.

경찰관 한 명이 A씨의 팔을 잡아 밖으로 내쫓자 다른 경찰관이 지구대 출입문을 잠그는 모습이 지구대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구대에서 쫓겨난 A씨는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 타고 약 3㎞ 떨어진 부산 서부경찰서에서 몸을 녹이다가 첫 열차를 타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서울경찰청에 사건 당일 B지구대에서 근무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B지구대 측은 A씨가 경찰관들에게 욕설과 함께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관과 A씨가 말다툼을 벌이자 지구대 관리자급 직원이 예방 차원에서 퇴거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지구대 내부에 설치된 CCTV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A씨와 경찰관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부산 동부경찰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A씨가 접수한 고소장에 대한 부산진경찰서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경찰관들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