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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대란' 이어 ‘기름 대란’…대통령실, 업무개시명령 예고

입력 : 2022-11-29 06:00:00 수정 : 2022-11-29 09: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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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탱크로리 기사 가입률 70% 달해
일부 수도권 주유소 영업 차질 빚기도
전국 12개 항만 반출량 평시 21% 수준
인천항, 지난달 하루 평균의 5.9% 그쳐
불참 화물차 세우거나 달걀 투척 입건
경찰 업무방해·운전자 폭행 혐의 적용
위기경보 최고단계 ‘심각’으로 격상
정부·화물연대 ‘110분 만남’ 소득 없어

尹 “노조 불법·폭력에 저임금 노동자 피해”
총파업 정당성 의문 제기하며 법치 강조
29일 업종별 피해 진단 뒤 발동 여부 심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닷새째인 28일 산업계 물류난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주말을 지나면서 일선 산업 현장 곳곳에서 누적된 피해가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파업 이후 처음으로 이날 정부와 화물연대가 공식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파업 닷새째인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정부와 화물연대의 1차 협상을 위해 화물연대 노조원들과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의 177곳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76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하거나 현장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추산)의 35% 수준이다. 파업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량은 평시의 21% 수준에 머물렀다. 인천항의 경우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의 하루 반출입량은 77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달 하루 평균 반출입량(1만3000TEU)의 5.9%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에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종사자 중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이 높아 총파업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멘트가 출하되지 않으면서 수도권 레미콘 공장들은 이미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주요 건설 현장도 레미콘 타설을 포기하고 대체 공정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다만 충북 지역에서는 경찰의 엄호 속에 일부 시멘트 공장에서 이날 출하를 재개하며 다소 숨통이 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시멘트 운송 거부로 전국의 건설 현장이 멈춰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시멘트를 운반하는 BCT의 차주와 사업장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경기도 안양시 한 레미콘 공장에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정유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6월 파업 당시에는 10%에 불과했던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최근 70%를 넘기면서 ‘기름 대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 일부 주유소는 휘발유·경유 재고가 바닥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 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재고 없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정부의 강경 대응방침과 함께 불법행위 적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포항지역본부 소속 노조원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오후 3시37분 포항시 대송IC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7.5t짜리 개인 화물트럭을 막아 세우고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남에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에 날달걀 2개를 투척한 화물연대 20대 조합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비노조원이 화물연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9시40분쯤 순천∼완주 고속도로 동순천 톨게이트에서 화물기사 A씨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3명에게 폭행을 당했고, 경찰이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의 신원을 특정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레미콘 업계 요청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위기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은 화물연대를 향해 연일 맹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총파업) 출정식에서 민주노총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고 했다고 한다”며 “섬뜩한 국가파괴 선동”이라고 일갈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은 더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교섭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1시간 50분 만에 결렬됐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을 기반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적용 대상·품목 확대 등 기존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장차만 확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28일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방문,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화물연대는 “교섭에 참석한 국토부 차관이 ‘국토부가 답변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실에 보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논의를 이어가기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30일에는 결정권을 가진 부위가 교섭에 직접 나와 대화에 임할 것을 요구한다”며 “차관에게 결정권한이 없다면 장관이, 국토부에 권한이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와 화물연대와 대화를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화 채널 열어두고 강경대응 ‘투트랙’ 勞·政협상 평행선 땐 업종 확대 가능성

 

대통령실은 정부와 화물연대의 첫 대화가 결렬된 28일 사실상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하며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대화 채널을 열어두면서도 강경 대응 기조를 강화하는 ‘투트랙’을 통해 조속한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하고 근로조건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노동문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라며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의 불법과 폭력으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인 만큼 형평성 있는 노동조건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노사 법치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동자 간 처우 격차가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언급하며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런 기조 속에서 내일(29일)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라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국민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개시명령이란 중요한 심의 안건이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국무회의에선 업종별 피해 현황을 진단한 뒤 일부 업종에 대해 ‘핀셋’ 방식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운송 차량)에 대한 명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건설 현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이날 대화 결렬 후 30일 만남을 재개하기로 한 만큼 논의 진전 여부를 지켜볼 것이란 시각도 있었지만, 피해가 극심한 1∼2개 업종에 대한 강력 조치를 통해 압박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안전과 편익, 그리고 국민의 편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수밖에 없다.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양측의 대화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업무개시명령 대상 업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차후에라도 언제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 의결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송사업자와 운송종사자들에게 우편·교부 송달 등의 방식으로 전달하면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면허 정지 또는 형사처벌,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세준·이강진·조희연·김병관·이현미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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