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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호랑이 러시아… 군사·경제 이중고에 ‘종전론’ 솔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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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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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서방 제재 버티기 안간힘…2·3분기 연속 역성장 침체기 돌입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러 우크라 침공 비난” 규탄 담겨
美합참의장 “우크라 군사적 승리 가능성 낮아”…종전협상 강조
최근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 탈환한 우크라 “대러 협상력 강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 제재에 시달려온 러시아가 9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러시아 경제, 특히 제조업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제재로 인해 핵심부품과 기술 수입이 차단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젊은 남성들을 대거 징집해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기업 옴부즈맨 보리스 티토프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 기업 5800곳 중 3분의 1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시행된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통계청은 러시아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면 해당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초입에 파괴된 전차 잔해가 놓여있다. 러시아의 점령지였던 헤르손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약 8개월만에 수복됐다. 헤르손=AP연합뉴스

◆계속되는 서방 압박…러, 언제까지 버틸까

 

서방은 연대를 통해 점점 더 러시아를 압박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여국들은 15일 정상회의선언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언문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장해온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 ‘전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언문은 이어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며 핵무기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며 러시아의 핵 위협과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 가능성을 경고하는 듯한 문구로 이어졌다.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리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14표로 가결됐다. 미국과 EU 등이 중심이 돼 추진한 이 결의안에 한국도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총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침공 과정에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로 인한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피해를 취합하는 국제기구를 설치하고, 러시아에 배상 책임을 물린다는 것이 골자다.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법적인 책임까지 제기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 등은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전체 회원국이 투표를 할 수 있는 총회에 바로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며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을 강조했다. AP뉴시스

◆올겨울 ‘종전협상’ 돌입할까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위기가 지속되자, 종전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며 재차 종전협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밀리 의장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들을 군사적으로 자국에서 몰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서도 그는 우크라이나에 종전협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밀리 의장은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포함해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완전 철수하는 것을 ‘군사적 승리’로 정의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 확률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겨울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전장에서 일부 퇴각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서방국가들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에 나서길 원한다는 ‘암시’를 받았다고 이날 한 매체에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지금이 바로 러시아의 파괴적인 전쟁이 반드시 중단돼야 하고 중단될 수 있는 시기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협상 조건으로 러시아군 전면 철수,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반환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모두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한 교도소 인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헤르손=AP연합뉴스

◆여전히 팽팽한 전황 속 우크라 요충지 탈환

 

전황은 여전히 팽팽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했던 ‘요충지’인 헤르손시와 주변 지역을 최근 탈환하면서 전쟁이 중요한 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가오는 겨울 러시아에 반격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 향후 평화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등 전쟁 전반에서 전략적 이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보장교 출신의 보안 전문가인 필립 잉그럼은 “우크라이나가 주도권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며 “언제 어디에서 다음 전투가 벌어질지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헤르손은 러시아가 개전 이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며 고전해온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의 격전지 바흐무트에 공세를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국 육군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확보한 상태에서는 드니프로 강을 도강할 필요 없이 크림반도를 방어 중인 러시아 병력을 직접 포격할 수 있는 등 여러 지형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측면 지원사격 기지로 삼아 마리우폴, 베르단스크, 멜리토폴로 진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르손을 빼앗긴 러시아는 15일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재개했다. 지난달 말 이후 약 보름 만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날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날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에서는 동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를 비롯해 각지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700만여 가구가 정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사한 미사일이 약 100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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