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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몰리는 곳 불안감 확산… “군중밀집 재난문자 도입 필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 이태원 참사

입력 : 2022-11-03 06:00:00 수정 : 2022-11-03 13: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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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밀도 주요 도시 중 최고

1㎢당 2만7018명… 파리보다 ↑
정부, 군중밀집 관련 기준 없어
美선 1㎡당 2∼3명 ‘주의’ 조치

市, 기지국 신호 활용 측정 나서
핼러윈 사고 때 5만8000명 분석
“초기단계… 경찰 등과 연계 계획”
#. 직장인 A(33)씨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명동에서 갖기로 한 데이트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대한 거부반응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최가 없는 행사가 안전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실이 이번 참사로 드러난 만큼, A씨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A씨는 “여자친구가 이번 참사 당시 영상, 보도를 보고 평소 타고 다니는 지하철, 버스도 무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서울시나 자치구, 경찰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계기로 인구 과밀 지역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가지의 인구밀도(1㎢당 2만7018명·서울연구원)는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핼러윈데이의 이태원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의 명동거리나 공휴일의 번화가 등에서 사람들에 끼여 힘겹게 이동하는 상황이 서울시민에게 특별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를 군중밀집지역에서 질서유지의 허점이 드러난 이상 ‘군중밀집도’라는 새로운 재난경보 도입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1㎡당 2~3명 ‘주의’… 우리 정부는 군중밀집 기준 없어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 원인이었던 군중밀집은 정부가 우려하는 재난에 해당하지 않는다.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명시된 국민행동요령은 △자연재난 △사회재난 △생활안전 △비상대비 등 4가지 유형별로 제공되는데 여기에 군중밀집 압사는 없다. 생활안전분야 재난으로 소개된 붉은불개미보다 대비가 되지 못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군중밀집을 측정하는 기준은 없었고 경찰 역시 핼러윈 인원을 대략 추정하는 데 그쳤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해당 지적에 대해 “이미 (국민행동요령을)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혼잡도라는 개념이 군중밀집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출퇴근길 인구가 몰리는 서울의 대중교통이 대표적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은 4가지 단계로 과밀 인원을 표시한다. 전동차 한 칸의 표준 탑승 인원(160명)을 기준으로 여유(80% 이하), 보통(80~130%), 주의(130~150%), 혼잡(150% 이상) 등 4단계로 구분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정보는 역사 내 전광판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민들에 제공돼 인구과밀을 경고한다. 서울의 버스도 비슷한 방법으로 버스정보 안내 단말기를 통해 혼잡도가 안내된다. 적정 탑승인원이 정해진 지하철·버스와 달리 일반 거리는 어떻게 군중밀집을 집계할 수 있을까.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에서는 면적 1㎡당 2~3명을 당국이 미리 관련 조치를 해야 하는 기준으로 설정한다. 지난달 30일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서포크대는 1㎡당 5명이 넘어서는 순간부터 상대와 신체접촉이 많아져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길이 5.7m, 폭 3.2m의 18.24㎡ 공간에 약 300명이 몰려 1㎡당 16명이 껴 있는 극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기지국 통한 군중밀집 측정 가능… 연계 필요”

서울시에서는 지난 8월 말부터 운영 중인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통해 군중밀집 측정 해법을 찾고 있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는 KT 기지국의 신호를 5분 단위로 집계하고 KT의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실시간 인구 정보에 가깝게 데이터를 보정한다. 데이터는 지역 내 인구를 히트맵(지역별 인구를 온도로 표시한 지도)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실시간 도시데이터에서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 이태원 일대 실시간 인구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붉을수록 인구과밀을 나타낸다. 서울시 제공

시는 강남역 등 인구밀집지역과 이태원 등 관광특구, 고궁문화유산까지 약 50곳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핼러윈 사고 당시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이태원 관광특구 내 인원이 약 5만8000명으로 분석됐지만 이는 활용되지 못했다. 개인정보 문제와 정확도 등 군중밀집 지표로 사용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여서 데이터 검증이 이뤄지고 있고 이후 혼잡도를 알리는 안전서비스나 경찰 서비스와 연계 등에 대한 계획을 잡고 있다”며 “재난에 관련한 사안이라 다른 부서와도 아직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군중밀집에 대한 새로운 재난지표를 마련하는 등 과학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재난문자 등을 통해 군중밀집 혼잡도와 안내사항 등을 알리면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시민들이 군중이 많이 모인 지역을 미리 파악하고 지금 가면 안 된다고 판단하거나 가장자리로 가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안승진·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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