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 “위대한 현악사중주단 멤버 꿈 실현”…타카치 콰르넷 내한공연 기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제가 꿈꿔온 이상향이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현악사중주단의 멤버가 되는 것은 꿈이 실현되는 것이죠. 지금껏 타카치 콰르텟이 성취한 정도의 업적을 달성한 스트링 콰르텟은 정말로 많지 않거든요. 그 정도 수준의 음악성을 대표하고, 연주하는 콰르텟은 더 적고요. 타카치 콰르텟이 저를 선택해 줘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2020년 세계적 현악사중주단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한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꿈을 이뤘다고 할 만큼 이 현악사중주단의 일원이 된 것이 꿈만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음달 내한 공연을 갖는 타카치 콰르텟의 에드워드 듀슨베리(제1바이올린), 하루미 로데스(제2바이올린), 안드라스 페어(첼로),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크레디아 제공

타카치 콰르텟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 동기생 가보르 타카치 나지, 카로이 슈란츠, 가보르 오르마이 ,안드레스 페어가 1975년 창단했다.  1977년 프랑스 에비앙 레 뱅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위그모어홀 콩쿠르 등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영국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우리 시대 위대한 5개의 현악사중주단’과 BBC 뮤직 매거진의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사중주단’에 모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현재 창단 멤버는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만이 남아있다. 용재 오닐을 비롯해 영국인인 제1바이올린 에드워드 듀슨베리와 일본계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제2바이올린 하루미 로데스가 활동하고 있다. 다음달 6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리처드 용재 오닐과 에드워드 듀슨베리를 서면으로 만났다. 타카치 콰르텟은 10월6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성남, 울산, 인천, 대구, 대전 6개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 

타카치 콰르텟은 창단 45주년을 맞은 2020년 용재 오닐을 새 멤버로 맞았다. 15년간 활동했던 제랄딘 왈더가 그해 5월, 70세로 은퇴하면서 그 빈 자리를 채우게 됐다. 1992년부터 30년간 함께 해온 듀슨베리는 “새 멤버를 영입하는 건 만만찮은 프로젝트다. 뛰어난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팀과 화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용재 오닐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멋진 연주를 선보여온 용재 오닐을 만나게 돼 행운이었어요. 언젠가 주말에 그를 볼더(멤버들이 거주하는 미국 콜로라도주 도시)로 초대해 연주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죠. 얼마 후 그가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돼 기뻤죠.”

용재 오닐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50년(가량) 역사를 지닌 곳에 속하게 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타카치 콰르텟이 제가 지금껏 해온 모든 노력과 헌신의 총집합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라고 화답했다. 

타카치 콰르텟 멤버들은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를 기반으로 크리스토퍼센(콜로라도 대학교 소속 음대) 교수진으로 재직 중이고, 드레이크 재단에 의해 악기를 후원 받고 있다. 또 매년 여름 현악 사중주 세미나를 개최하는 샌타바버라의 뮤직 아카데미 오브 더 웨스트의 교수진으로도 활동하고, 런던 길드홀 음악 연극학교의 객원 교수이다.

타카치 콰르텟이 용재 오닐과 함께하는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재 오닐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멤버들은 한국에서 연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모두 동의했다. 듀슨베리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한국 관객 덕분에 지난 내한 당시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다. 다시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용재 오닐도 “한국은 제 어머니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제게도 고향이다. 제 많은 꿈이 현실이 된 곳이기도 하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현악사중주단 멤버가 되어, 제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하는 관객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용재 오닐은 지난해 미국 그래미상 ‘최우수 클래식 기악 독주(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후보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끝에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굉장히 울컥했던 순간이었다”며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수상했다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인생을 살아오며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어요. 타카치 콰르텟처럼 말이죠. 그래미상은 정말 멋진 깜짝 선물이었어요. 이 상을 받았던 킴 카시카쉬안 등 다른 비올리스트들과 이름을 함께 올려 영광이죠. 비올리스트들이 지금까지 독주 악기로서의 비올라의 중요성에 대한 클래식 음악계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해온 모든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듀슨베리는 타카치 콰르텟의 오랜 생명력과 힘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행운이 따라야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멤버가 때로는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잘 따르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재 오닐도 “언제나 직접적으로 소통해왔고, 음악에 전념했다. 네 명의 멤버 모두 팀에 100% 헌신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열린 마음과 최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거들었다. 

이번 공연에선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Op. 77 No. 2, 바르톡의 현악사중주 6번,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D.810 ‘죽음과 소녀’를 들려준다.

듀슨베리는 “현악사중주를 위한 세 곡의 위대한 작품이다. 하이든의 곡은 유머와 생동감,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차있고 바르톡의 곡은 다양한 감정을 아우르는 전위와 망명에 대한 강력한 명상록이다. 슈베르트 곡은 저희가 지금껏 연주한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용재 오닐도 “작곡가들이 후기에 작곡한 걸작들이다. 경이롭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젊은 연주자를 중심으로 현악사중주단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해 용재 오닐은 “전 세계적으로 젊은 현사중주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너무 대단하다”며 “연주하는 장르를 최대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지금 우리 시대엔 배울 수 있는 레퍼토리가 엄청 많다”며 “하이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고, 우린 그가 현악사중주곡을 거의 70곡 가까이 남긴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