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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홈런·20도루 완성한 ‘캡틴’ 27년 묵힌 ‘LG 우승주’ 깨운다

입력 : 2022-09-15 06:00:00 수정 : 2022-09-14 23: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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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2위 LG 상승세 견인

개인 최다 23홈런 이어 대기록
홈구장 넓은 LG, 23년만에 경사
유격수로는 KBO서 역대 6번째
역전 우승 가시권… 21경기 남아

“올 시즌 우승하고 이 술로 건배하자.”

 

1994년 고 구본무 LG 회장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인 야구단에 지역 특산주인 아와모리 소주를 선사한 후 이렇게 제안했다. LG는 그해 거짓말처럼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선수단은 고 구 회장이 산 술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LG 오지환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 9회말 수비를 성공시킨 뒤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다음 해인 1995년, 고 구 회장은 같은 술을 샀다. 지난해처럼 우승 후 돌려 마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LG는 OB에 반게임 차로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에 발목을 잡혀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실패했다. 우승 후 마시자는 그 소주는 27년째 보관만 돼 있다.

 

‘증발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오래된 LG 우승주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우승에 목마른 LG에 1위 SSG 자리가 가시권에 들어와서다. 올 시즌 LG 상승세는 ‘캡틴’ 오지환(32)이 이끌고 있다. 김현수(34)에 이어 올 시즌부터 팀 주장을 맡아 LG를 이끄는 오지환은 생애 최고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이미 홈런 23개로 개인 최다 기록을 세운 오지환은 지난 13일 두산 전에서 시즌 20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이로써 오지환은 호타준족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20-20클럽’은 역대 56차례 나왔지만 오지환만 놓고 본다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오지환 포지션이 공격보다 수비 비중이 높은 유격수라는 점을 놓고 보면 이 기록은 빛이 난다. 유격수로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1996·1997)과 ‘메이저리거’ 강정호(2012), 김하성(2016·2020) 셋이 전부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는 점 역시 오지환 기록 가치를 높인다. LG 선수 중에서는 송구홍(1992년)과 김재현(1994년), 이병규(1999년) 외에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없다. 두산까지 넓혀 봐도 박건우(32·현 NC·2017년)만 유일하게 이 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오지환은 “이걸 하고 보니 (김)하성이와 (강)정호형이 얼마나 대단했나 느껴진다”며 “그들의 이름을 소환해서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며 “아버지가 되다 보니 자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2009년 데뷔한 오지환은 2010년 20살 때부터 LG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오지환은 늘 정상급 유격수로 평가됐지만 강정호와 김하성 등에 막혀 골든글러브를 차지하지 못한 채 ‘2인자’로 남는 듯했다. 이런 오지환은 2018년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면서 병역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오지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기뻐하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오지환은 실력으로 이겨냈다. 2019년 0.300 타율에 10홈런 71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오지환보다 뛰어난 유격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류지현 LG 감독 역시 “이제 오지환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유격수”라고 평가할 정도가 됐다. 캡틴 오지환이 이끄는 LG는 이제 21경기를 남겨뒀다. 1위 SSG와는 4게임 차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지환은 선수단과 함께 특별한 술로 건배할 수 있을까.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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