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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 “뮤지컬 ‘서편제’ 의미 특별… ‘송화’ 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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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3 07:00:00 수정 : 2022-09-13 0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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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으로 인해 제가 아팠던 시간을 ‘송화’를 통해 무대에서 다 날려버리는 것 같아서 다양한 의미로 (뮤지컬) ‘서편제’는 제게 특별합니다. ‘서편제’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찬란한 제 청춘이었어요.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송화’를 잘 보내주고 싶어요.”

올해 마지막 시즌인 뮤지컬 ‘서편제’는 배우 차지연(40)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2010년 초연 때부터 올해 다섯 번째 시즌까지 빠지지 않고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아 그야말로 혼신의 연기를 펼쳐 왔다. 12년 전 무명 신인으로 초연 첫 무대(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30명도 채 안 되는 관객 앞에 섰을 때나 인기가 많은 배우로 관객이 꽉 들어차는 마지막 시즌 무대(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10월23일까지)에 오를 때나 마찬가지다. 

 

12년 전 뮤지컬 ‘서편제’ 초연 때부터 마지막 시즌까지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차지연은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송화’를 잘 보내주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공연하겠다고 다짐했다. PAGE1 제공

뮤지컬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청준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12년 전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다. 저작권 사용 기간 만료에 따라 올해가 마지막 작품이다. 한이 담긴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송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진다. ‘송화’ 역은 다섯 시즌을 모두 함께한 이자람과 차지연 외에 새로 합류한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까지 6명이 나눠 출연한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지연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이렇게 오래 한 작품도, 매 시즌 참여했던 작품도 없다”며 “이번이 ‘서편제’ 마지막이지만 (공연 끝나고 커튼콜 때) ‘울지말자’고 다짐하는데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상상치 못한 큰 환호와 박수에 너무 벅차다. 빼곡하게 채워진 자리를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제 진심을 알아주는 내 편이 많이 생긴 기분”이라고 하면서다. 

 

그는 ‘송화’에 대해 “참 고마운 캐릭터”라고 했다. “저는 고법(鼓法·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방법)을 전공한 고수 집안의 손녀이지만 그 북과 관련해선 행복하거나 즐거운 기억이 하나도 없어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어떻게 보면 국악이었어요. 외가에서 자란 어렸을 때부터 북 연습하며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북을 쳐야 했습니다.” 차지연은 국악인 집안인 외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북을 치고 소리를 듣는 덴 익숙했다. 판소리 고법 명인 송원 박오용(1926∼1991)이 외할아버지다.

 

“사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엔 국악이 큰 아픔이었기에 어찌 보면 제 안에 한을 쌓아줬다”고 한 그는 “그런데 이렇게 (‘서편제’를 통해 다시 국악을) 만나게 되고 (과거) 아팠던 시간들을 뮤지컬이란 무대에서 북을 제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송화’가 아버지를 보내면서 그 못다 푼 한을 제가 대신 풀어내는 듯한 소리가 몸짓과 소리로 울부짖을 때 저도 어렸을 때 아팠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지연은 ‘스타’로서의 성공보다 ‘배우’로 살기 위한 선택을 해 온 자신의 삶이 송화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작은 작품만 골라서 하냐, 그렇게 하면 스타가 못 된다, 왜 이리 멍청한 길을 가냐'는 말을 지난 16년간 수도 없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제가 되고 싶은 건 스타가 아니라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에 연기를 더 배우고 노래를 더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하며 제 길을 묵묵히 걸어왔죠. 이번 공연을 하면서는 송화와 마음이 좀 더 붙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차지연은 더 이상 설 일 없는 ‘서편제’를 후련하게 떠나보내기로 했단다. “작품을 할 때와 보내줘야 할 때를 잘 아는 것도 배우로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12년 동안 건강도 허락하고 관객도 사랑해주셔셔 여기까지 오게 돼 감사하죠. ‘송화’는 이제 보내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서편제’가 마지막이라는 얘기를 듣고 멋있고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12년 만에 헤어지는 이 무대에 손톱만큼 때묻히고 싶지 않고, 관객들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매번 죽을 힘을 다해 (공연)하고 있습니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당시 무슨 꿈이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먹고 살려고 무대에 섰다고 했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를 통해 누군가에게 열렬하고 거짓없는 사랑을 계속 받는 것 자체가 산소호흡기처럼 제게 살아갈 힘을 줬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절대 배신해선 안 되고, 제작진과 관객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16년이란 시간동안 작품마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임했어요. 다만, 이 긴장감은 (부담이 되기 보다) ‘내가 배우로서 타협하지 않고 나태하지 않은 순수함과 예의를 잘 지켜나가려고 애쓰고 있구나’란 느낌이라 좋아요.”

 

‘송화’한테 한 마디 해준다면 “당신 멋지게 살았다. 멋있었다”라고 하겠다는 차지연은 ‘서편제’ 등 창작 뮤지컬에 대한 깊은 애정도 내비쳤다. “(해외에서 검증되고 유명한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창작 뮤지컬 대본을 읽고 창작진을 만나면 때묻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간절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그분들의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고, 그래서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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