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2.25%→2.50%)을 발표한 직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년간 2.00%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국내 변수보다 미국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담은 표현이다. 지난 26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 참석 중인 이 총재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표현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원화 약세 및 경기 하방 압력 가중 등 국내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앞지를 경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출발기금’이 10월부터 총 30조원 규모로 시행된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 과정을 도입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고의로 연체한 경우 채무조정을 무효화한다는 방침이다.
◆미 연준 ‘매파 본색’에 한은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적절”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계속 금리를 인상한다면 우리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연준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연준보다 일찍 금리 인상을 종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물가 상승은 주로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인데, 8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스 가격 등 외부 충격을 감안할 때 아직 정점을 통과했다고 말하기는 시기 상조”라며 “인플레이션이 현재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정도나 속도는 미국보다 조금 적을 수도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을 재확인한 것으로 6월과 7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또다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파월 의장은 약 8분50초의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이 매파 본색을 드러내자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08.33포인트(3.03%)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1.46포인트(3.37%) 밀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97.56포인트(3.94%) 추락했다.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같아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아진다.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금통위도 향후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유럽중앙은행(ECB) 고위 당국자들도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잭슨홀 미팅의 발언자로 나서 “경기침체에 진입하더라도 정상화의 길을 계속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과정이) 점진적일 수는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우리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하게 하지 않도록 정상화가 느리거나 지연돼선 안 된다”며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새출발기금 30조원 규모 시행… 최대 40만명 혜택 전망
금융위원회는 28일 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을 발표했다.
새출발기금의 지원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취약차주이다. 사업자 대상 손실보전금 등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을 수령했거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1개 이상의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장기연체 중인 부실 차주 혹은 폐업자·6개월 이상 휴업자 등의 부실우려차주가 대상이다. 금융위는 “학습지 선생님 등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도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로서 소상공인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지원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청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 연체한 차주나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 등에는 제외된다. 지원 대상자 중에 채무조정 이후 허위서류 제출이나 고의 연체 등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즉시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을 금지당한다.
새출발기금은 ‘새출발기금 협약’에 가입한 협약금융회사가 보유한 모든 대출(사업자·가계 및 담보·보증·신용 무관)을 대상으로 하되,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하거나 부동산임대·매매업 관련 대출 등은 제외한다. 또 고의적·반복적 채무조정 신청사례를 제한하기 위해 신청기간 중 1회만 채무조정 신청할 수 있고, 조정한도는 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으로 총 15억원에 국한한다.
아울러 차주의 신용상태 및 대출유형에 따라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받게 된다.
예를 들어 보증·신용채무의 조정을 신청한 경우에는 트랙1에 따라 순부채의 60∼80%에 대해 원금조정을 지원받는다. 부채가 재산보다 많을 때는 이자·연체이자가 감면되고 분할상환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거치기간은 최대 0∼12개월간 지원되며, 분할상환기간은 1∼10년간 지원된다.
부실차주가 담보채무의 조정을 신청한 경우나 부실우려 차주가 담보·보증·신용채무조정을 신청한 경우 등에는 트랙2가 적용돼 원금조정은 지원되지 않고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9% 초과 고금리분에 대해서만 9% 금리로 조정된다. 이 때는 거치기간은 0~12개월(부동산담보대출은 0~36개월), 분할상환기간은 1~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1~20년)까지 지원된다. 거치기간 중 1년 한도 내에서 이자유예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지원으로 30만∼40만명의 소상공인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원대상 자영업자·소상공인 총 220만명이 보유한 금융권 채무액 660조원의 5∼6% 수준이다.
금융위는 9월 중 별도 콜센터 출범 운영을 통해 상세한 새출발기금 이용 안내 및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10월 오픈 예정인 온라인 플랫폼이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오프라인 현장 창구를 통해 우선 1년간 채무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코로나 19 재확산 등에 따라 필요시 최대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한·중 경제장관, 2년 만에 경제협력 논의… 공급망 협력 강화
한국과 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아 약 2년 만에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급망·신산업 등의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제17차 한·중 경제장관 회담을 화상으로 개최했다. 한·중 경제장관 회담이 열린 건 지난 2020년 10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그간 양국 간 회담은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이날 한·중은 향후 경제협력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 3건을 체결하고 합의 의사록을 작성했다.
우선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가 한·중 간 처음으로 체결됐다. 이를 계기로 양국은 향후 공급망 불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련 정책 의견을 교환하고,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국장급)’를 신설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수소산업과 같은 신사업 발전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며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양국은 경제분야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지방 도시, 연구소 등 민간 교류를 포함한 ‘한·중 경제협력 교류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매년 개최된다. 이외 양국 기업 간 제3국 공동진출 협력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특히 양국 기업이 공동 진출해 사업 중인 모잠비크의 해상가스전 FLNG 액화공정 사업 등 총 5개 사업에 대해 ‘제3국 공동진출 협력 중점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와 함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종전까지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책 협력을 친환경 저탄소 발전 분야로 확장하고, 국제사회에서 기후·환경 분야 공조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막겠다던 정부, 제도 개선은 없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 부실 운영의 주원인인 ‘낙하산 인사’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 생산성 제고를 위한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난 18일에는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내놨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인력이 11만5000명 증가하고, 부채는 84조원 확대되는 등 만성화된 방만경영을 개혁하겠다는 취지였다. 기재부는 다음 달에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 대책들에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간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선 캠프 때 미디어특보로 활동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허정도 전 상임감사의 경우, 감사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LH는 지난해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다.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는 건 현행 임원 선임 제도에 빈틈이 많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관장 및 이사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 정도로만 규정돼 있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 역시 정부가 주로 임명하는 비상임이사의 권한이 커 독립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임원별로 직위에 맞는 구체적인 선임기준을 정하고, 임추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을 공개하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오는 게 맞을 수 있다”면서 “(낙하산 방지 방안은) 무 자르듯이 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임명권자의 의지라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각 정당이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태도가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정치권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라 각 정당이 여당-야당으로 바뀌면서 낙하산 문제와 관련해 입장이 바뀌는데,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면서 “정무적으로 임명할 자리와 좀 더 전문성을 고려해야 할 자리를 나누고, 정무적 자리의 경우 지나치게 자격이 미달된 사람이 임명되지 않도록 국회 상임위 차원의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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