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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쉰들러' 라울 발렌베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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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8 16:59:32 수정 : 2022-08-28 16: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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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헝가리 주재하며 여권 발급 업무 담당
강제수용소 끌려갈 유대인에 가짜 여권 내줘
수천∼수만명 살렸지만 2차대전 끝나고 실종
스웨덴, '라울 발렌베리의 날' 정해 업적 기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다시는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없도록 민주주의를 옹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를 규탄하며 세계 민주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데르손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라울 발렌베리의 날’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범죄를 거론하며 “우리 모두는 홀로코스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더는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날이 오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왼쪽 사진). 오른쪽은 그의 생애를 그린 영화 ‘발렌베리 : 어느 영웅의 이야기’(1985)의 포스터. 위키피디아

‘라울 발렌베리의 날’은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1912년 출생, 1947년 사망 추정)를 기리고자 제정됐다. 발렌베리는 2차대전 말기인 1944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스웨덴 정부를 대표하는 특사 임무를 수행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외교특권을 최대한 활용해 유대인들을 해외로 탈출시킨 인물이다. 당시 그는 유대인들한테 스웨덴 정부 명의로 된 가짜 여권을 발급해줬으며, 자신이 사재를 털어 산 집들을 유대인들의 임시 거처로 삼기도 했다.

 

미국 하원의원으로 오래 일하며 전 세계 인권 증진에 기여한 헝가리계 미국인 톰 랜토스(1928∼2008)도 발렌베리의 도움으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지 않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오늘날 미 하원에는 여야를 초월해 국제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있다.

 

한때 발렌베리가 구출한 유대인이 최대 10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전후 이스라엘 측이 조사한 결과 이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발렌베리 덕분에 목숨을 건진 유대인은 수천∼수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도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유명해진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가 살린 유대인(약 1200명)보다 많다. 발렌베리의 선행을 기리는 영화 ‘발렌베리 : 어느 영웅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1985년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4)보다 앞선다.

 

그럼 왜 발렌베리는 쉰들러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살아서 2차대전 종전을 맞고 유대인들의 칭송을 들은 쉰들러와 달리 발렌베리의 인생은 비극적이었다. 1945년 1월 헝가리를 점령한 소련(현 러시아)은 발렌베리를 독일의 스파이로 의심해 체포했고 이후 그는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람들은 그가 모스크바로 압송돼 비밀경찰 KGB의 구금시설에 갇혀 지내다 1947년 7월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는 1957년 소련 정부의 일방적 발표 내용일 뿐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라울 발렌베리의 동상. 위키피디아

미국 정부는 발렌베리의 인류애를 기리고자 1981년 그에게 ‘명예 미국 시민’을 수여했다. 발렌베리 덕분에 살아남아 미국 정치인이 된 톰 랜토스가 이 과정을 주도했다.

 

안데르손 총리는 “발렌베리가 발휘한 용기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나치를 피해 새 생명을 얻었다”며 “그들은 전후 자신의 가족을 형성하고, 오늘날에도 유럽의 일부로 남게 되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련을 겪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유럽이 발렌베리처럼 적극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촉구로 읽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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