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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웬 골프" vs "그린엔 물 줘야"… 프랑스서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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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4 10:00:00 수정 : 2022-08-14 0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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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의 가뭄으로 전국에 '물 사용 통제령' 내려
환경단체 "식수 부족해 난리인데… 당장 문 닫아야"
골프協 "그린 없는 골프장은 얼음 없는 아이스링크"

프랑스에서 골프장 그린 위의 홀컵이 시멘트로 채워지는 일이 벌어졌다. 6월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는 프랑스는 거의 전국에 걸쳐 물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인데 유독 골프장만 예외가 되자 환경운동가들이 이에 항의하고자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물을 주지 않으면 3일도 안 돼 그린이 다 사라질 것”이라며 울상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남동부 툴루즈 인근 한 골프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린 위의 홀컵 안에 시멘트를 부어 경기를 못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단체는 “프랑스 전국의 지자체 100여 곳이 식수가 부족해 난리인데 골프장에선 버젓이 그린에 물을 주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물 사용 통제 조치에서 골프장이 예외가 되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의 청원도 제기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툴루즈 인근 골프장 그린 위의 홀컵을 시멘트로 막아 놓은 모습. 트위터 캡처, BBC 홈페이지

환경운동가들은 청원서에서 “골프는 최대의 특권을 누리는 레저산업”이라며 “경제적 욕구가 생태학적 이성보다 우선시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전국의 골프장 업주들은 3일만 물을 안 줘도 그린이 사라지는 골프장의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프랑스골프연맹 제라르 루지에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린 없는 골프장은 얼음 없는 아이스링크와 같다”며 “프랑스 전국의 골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1만5000여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6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친 프랑스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하천인 루아르강(1010㎞)이 거의 다 말라 버린 상태다. 국토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강우량이 지난해 대비 85% 감소하면서 정부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선포하고 물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이다. 당장 상당수 도시에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할 수 없게 되었고, 농촌에선 밭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가 금지됐다.

 

그런데 극소수 지자체를 제외하면 골프장은 이런 통제에서 벗어났다. 야간에만 평상시의 30% 이하로 물을 줘야 한다는 정도의 제약이 가해졌을 뿐 대다수 지자체에서 골프장은 예외적 대접을 받고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이에 녹색당 소속의 한 시장은 “언제까지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들만 계속 옹호할 거냐”고 비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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