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폭염과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한데다, 주초에 쏟아진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비축물량을 대거 풀고 할당관세를 조정하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낙과 피해 면적(12일 현재)은 879㏊이며, 8만6552마리의 가축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농경지 피해로 주요 농산물 도매가격도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기준으로 지난 11일 무 20㎏ 도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26.5% 상승한 2만9000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배추 10㎏ 가격은 4.6% 오른 2만360원, 감자 20㎏ 가격은 8.5% 오른 4만4840원으로 조사됐다.
농산물 가격은 앞으로 날씨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비가 내린 후 폭염이 이어지면 무름병(배추·무)과 탄저병(고추) 등의 병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2일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강우 이후 고온에 따른 병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하우스·과수원·축사 등 취약시설 점검과 응급복구에 힘쓰는 한편, 중부권이 주산지인 배추·무·감자·사과·배 등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작황관리팀을 운영해 병해충 방제, 약제 할인지원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 가격 급등세로 20대 성수품 평균가격이 7월 말 기준 전년 추석기간 대비 7.1%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3만t의 성수품 공급과 할당 관세 도입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추석기간의 1.8배인 650억원의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1인당 사용 한도도 2만~3만원으로 확대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비롯해 대형마트·온라인·전통시장 등에서 20대 성수품을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여기에 업계 자체할인까지 더하면 채소류와 수입 소고기는 최대 40%, 명태·고등어·오징어 등은 최대 50%까지 할인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추석 물가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아직 폭우가 끝나지 않았다는 기상관측대로라면 비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폭우 후 폭염까지 이어지면 농산물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공급 부족에 추석 수요가 겹치면서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제곡물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40.9로, 평균(1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곡물가격이 통상 1∼2분기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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