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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열세 딛고… ‘리틀 우생순’ 해피엔딩

입력 : 2022-08-11 19:39:23 수정 : 2022-08-11 19: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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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8 핸드볼선수권 사상 첫 우승

31-28로 덴마크 꺾고 비유럽 첫 金
18년만에 ‘우생순’ 언니들 恨 설욕

9득점포 쏘아 올린 김민서 ‘MVP’
골키퍼 김가영, 36개중 11개 선방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청소년 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 관중석은 빨간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덴마크 국기(다네브로그)로 물들어 있었다. 경기장 끝에 태극기가 간간이 눈에 들어왔지만 덴마크 홈경기 같은 장내 분위기를 뒤흔들긴 힘들어 보였다. 장내 아나운서 소개로 18세 이하 우리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이 먼저 입장했다. 태극기를 따라 코트를 밟은 앳된 선수들은 손뼉을 마주치며 선전을 다짐했다. 뒤이어 덴마크 선수들이 나타났다. 큰 함성과 함께 등장한 덴마크는 누가 봐도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고 있었다. 평균신장이 168㎝인 우리 대표팀보다 6㎝ 큰 덴마크 선수들(174㎝)은 눈으로 봐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청소년 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덴마크를 물리치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국제핸드볼연맹 제공

신체적 열세와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 열린 결승전에서 대표팀이 덴마크를 눌렀다. 김진순(인천비즈니스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덴마크를 31-28로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경기 시작부터 덴마크는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거칠게 경기를 풀어갔다. 공을 가로채 공격을 전개하던 김지아(일신여고)를 덴마크 요한센이 경기장 밖까지 밀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대표팀은 전반 종료 4분 전까지 11-14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대표팀은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종료 3분 전부터 김지아 2득점과 김민서(황지정산고), 이혜원(대구체고) 득점이 이어졌고 전반은 15-15 동점으로 마무리 됐다. 후반에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대표팀은 20-22로 뒤지던 후반 13분, 김민서와 이혜원 연속 득점과 김서진(일신여고) 골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사이 골키퍼 김가영(인천비즈니스고)은 든든한 모습으로 승리를 지켰다. 김가영은 상대 슈팅 36개 가운데 11개를 막아낼 정도로 뛰어난 방어력을 보여줬다.

김민서는 9골을 넣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혜원과 김세진(황지정보산업고)은 각각 7골과 5골을 성공시켰고, 차서연(일신여고)은 7m 중거리 슛을 2번 던져 모두 골망을 흔들 정도로 정교한 슈팅력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유럽 전통 강호 독일과 슬로바키아, 네덜란드 등을 차례로 꺾었다. 이후 8강과 4강에서 스웨덴과 헝가리를 차례로 침몰시켰다. 역대 대회에서 비유럽권 국가가 우승한 건 우리 대표팀이 처음이다. 덴마크에게도 시원하게 복수했다. 덴마크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모티브가 됐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상대였고, 제1회 18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대표팀에 패배를 안겨준 팀이었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누빌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을 품게 됐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988년과 1992년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이후 세계 수준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시상식이 시작되자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다네브로그는 사라지고 관중석 한쪽을 차지했던 태극기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교민과 한국 핸드볼에 매료된 유럽 팬들이 끝까지 남아 외치는 환호성 속에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는 마무리됐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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