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물 퍼내는 장비 어딨나” 항의
“시민 여러분께 송구…복구 신속히 하겠다”
온라인상 ‘무상급수 오세이돈 귀환’ 패러디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자 한 주민이 서울시와 관할 구청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오 시장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오 시장의 별명 ‘오세이돈’을 이용한 패러디를 만들어내며 시의 폭우 대처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10분쯤 폭우로 인한 침수로 발달장애 가족이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았다. 전날 밤 이 주택 반지하에 빗물이 순식간에 들이차면서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현장을 둘러보며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과 이야기를 나눈 오 시장은 물을 퍼내는 양수기 등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때 이를 지켜보던 주민 중 한 명이 오 시장에게 “재해대책본부에 가면 모든 장비가 있는데 왜 못 가져오느냐”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주민은 “(오 시장 주변의) 저 사람들을 시켜서 그 일을 해라. 여기 끌고 다니지 말고”라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장은 알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 시장이 “구청장에게 확인하니 (장비가) 1500개 정도 풀렸다. 설명드리겠다”고 답했으나 해당 주민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 시장은 “강북 등 (수해를 덜 입어) 여유 있는 자치구에서 긴급 지원해달라고 아침 9시에 통보했다”며 “비가 더 온다고 하니 있는 걸 다 내주긴 어렵겠지만, 한번 돌려받더라도 급한 데에 우선 지원해달라고 얘기를 전달해놓겠다”고 재차 설명했다.

관악구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372㎜의 비가 내렸다. 일가족 사망 사고가 발생한 신림동 주택가는 도림천 인근의 저지대여서 빗물이 계속 반지하 주택 안으로 들어차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어제 대폭우로 서울에서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지역과 위험지역은 최대한 직접 챙기겠다”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모든 선제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직접 현장을 살피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오 시장을 향한 조롱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 포세이돈을 패러디한 포스터 이미지가 퍼졌다. ‘오세이돈’이라고 적힌 포스터에는 ‘무상급수로 베네치아 서울 완성’, ‘휴가는 물의 도시 서울로’ 등 조롱성 문구가 적혔다.
오세이돈은 지난 2011년부터 생겨난 오 시장의 별명이다. 서울시장 재임 기간이던 당시에도 서울이 폭우로 물난리를 겪어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등이 마비되면서 오 시장의 행정력에 지적이 일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반포천 유역 분리 터널 건설 공사 현장을 찾아 풍수해 대비 안전점검을 하며 “2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정도의 폭우가 내려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강남 침수 사태가 다시 벌어지자 해당 발언이 회자되며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강남역 인근에서 하수구 뚜껑을 직접 열어 쌓여있던 쓰레기를 꺼내 물을 빼낸 한 시민의 활약상이 알려지자 수도권 폭우가 미리 예보됐음에도 기본적인 하수구 점검조차 하지 않은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