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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분계선 앞에서 주저앉은 탈북어민… 살인 혐의로 고발당한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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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박지원·박진영·이현미·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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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탈북어민 북송’ 영상 공개

송환 예상 못한 듯 순순히 이동
군사분계선 앞에서 주저 앉아
윤건영 “통일부, 권력 도구로 전락”

‘탈북어민 북송’ 날선 공방
“헌법·국제법 등 어긴 국가폭력
두 귀순 어민 죽음으로 몰아가”
與선 “실체 규명” 인권위 진정
‘서해 피격’ 유족도 文 고발 방침
검찰, 국정원 직원 참고인 소환
尹 “헌법·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탈북어민 북송’ 날선 공방
우상호 “여론몰이 심각한 양상”
정미경 “흉악범 증거 얘기하라”

통일부가 문재인정부의 2019년 11월7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상황을 담은 미공개 영상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18일 오후 기자단에게 3분56초가량의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탈북 어민 2명이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판문점 자유의집으로 이송됐다가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송환되는 장면이 담겼다. 자유의집에서 대기할 때만 해도 탈북 어민들은 북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던 듯 남측 관계자 인솔에 따라 순순히 발걸음을 뗐다. 우리 측 인사들이 이들이 가져온 짐가방을 챙기면서 다른 관계자에게 “이들이 가져온 짐이냐”라고 묻는 음성도 담겼다.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던 모습을 촬영한 사진. 통일부 제공

하지만 MDL 앞에서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특히 검은색 상의를 입은 한 탈북민이 북측으로의 인계를 위해 MDL을 넘기 직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찧으며 자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경찰특공대원으로 추정되는 호송 인원은 “야! 야! 야! 야!” “나와봐” “잡아” 등을 외치며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일으켜 세우지 못한 채 MDL로 끌고 갔다. MDL을 지나 북한 측에 인계되는 장면은 영상에 잡히지 않았다. 뒤이어 끌려나온 파란색 상의의 다른 탈북 어민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별다른 저항 없이 호송 인원의 인솔을 따랐다.

 

앞서 통일부는 탈북 어민의 북송에 대해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낸 데 이어 판문점 북송 당시 사진 10장을 공개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직원이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순수한 개인기록물이 아닌 관련법상 공공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일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오늘의 영상 공개는 통일부 역사에 치욕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행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서글픈 순간의 상징으로 먼 훗날까지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한 탈북 어민(왼쪽 두 번째)이 남측 호송 요원들에 의해 북측에 인계되기 직전 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통일부 공개 영상 캡처

◆한변 “강제북송 정점엔 文 있다”… 살인 등 혐의로 檢에 고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되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 7개 단체는 18일 문 전 대통령을 살인, 직권남용, 불법 체포·감금, 직무유기, 국제형사범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에 배당됐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변은 “문재인정부가 헌법과 형사법, 국제법을 위반하며 두 귀순 어민을 강제 북송해 죽음으로 몰아간 국가 폭력, 정권에 의한 살인”이라고 명명하며 “사건 정점엔 문 전 대통령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정부가 합동조사를 사흘 만에 끝내고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향서를 제출했음에도 북한으로 보낸 경위와 동기,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통일부 등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은 물론, 문 전 대통령이 강제 북송 과정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가안보실은 대통령 명령이 없으면 어떤 행동도 못한다”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자기가 (북송을) 결정했고 문 전 대통령에겐 보고를 안 했다고 하는데 이는 정부조직법과 국가안보실 직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론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건의 실체 파악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철저한 조사로 사건 실체를 밝혀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서해 피격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 유족도 조만간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법률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통화에서 “시점을 조율 중”이라며 “(혐의로는)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을 생각하고 있고, 유족이 살인죄로 고발하려는 마음이 있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 이대준씨 형 이래진씨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말만 믿고 귀순 어민을 흉악범이라 낙인 찍어 강제 북송했다면 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북송해 달라”고 촉구했다.

 

두 사건을 ‘쌍끌이’ 수사 중인 검찰은 속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군의 특수정보(SI) 수집 등을 담당하는 첩보부대 777사령부 소속 부대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서해 공무원 사건 전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된 정보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최근 국정원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탈북 어민 합동조사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법무부는 정기 인사 뒤 줄사표 등에 따른 일선 청의 인력 부족 호소에 검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野 “희대의 흉악범 비호”… 與 “북풍 조작으로 왜곡”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적극적인 역공을 이어갔다. 전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입장문을 낸 데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여권의 여론몰이가 16명을 살해한 ‘희대의 흉악범’을 비호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며 여론 지형을 역전시키는 데 몰두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사건을 왜곡해 정쟁으로 끌어가려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불리한 여론 지형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여론몰이가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처음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문제를 제기하다 이제는 16명을 살해하고 바다에 수장한 희대의 흉악범을 비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들을 북한에 보낸 문재인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흉악범들의 반인륜적 범죄까지 눈감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귀순 의사만 밝히면 북한에서 어떤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 대한민국을 북한 흉악범의 도피처로 만들자는 얘기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윤석열정부의 사적 채용 논란을 모두 조사하자며 ‘쌍끌이식 국정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이 두 가지에 대한 국정조사 제안은 저희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 북송의 절차적 정당성을 재차 문제 삼았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날 발표된 정 전 실장의 입장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 위원은 “외국인을 강제 추방할 때도 충분히 말해주고 이의신청 절차도 알려주고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한다”며 “이런 절차를 왜 안 밟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 정서를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말로만 하지 말고 흉악범이라는 판단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이야기하라”고 촉구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정 전 실장과 민주당의 인권에 대한 저급한 인식 수준과 우리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궤변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유엔(UN)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갑자기 북풍을 조작한다는 식으로 왜곡하며 이 사건을 정쟁으로 끌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살인마이기 때문에 북송했다면 물증까지 확인해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하지 않나. 국정원 수사팀에서는 물증 조사를 하자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하지 말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 말이 진심이라면 이건 서훈 전 국정원장이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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