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높이 9m… 세상에서 가장 큰 장화 앞에서 찰칵∼ [박윤정의 샌베노 몽골]

관련이슈 박윤정의 샌베노 몽골

입력 : 2022-07-16 09:00:00 수정 : 2022-07-13 20:12: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③ 칭기즈칸 기념관

울란바토르서 머물던 호텔 곳곳 유물전시
실제 게르 둘러보며 가구·일상용품 구경
‘천진벌덕’의 칭기즈칸 동상 높이만 40m
기마상 발 사이즈에 맞춘 대형 장화 인기
관광객들, 게르·독수리·활쏘기 체험도
유목민들의 삶의 체험. 게르를 방문하여 차를 대접받고 간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눈다.

몽골 인구 3분의 1을 차지하는 유목민 주거 공간 ‘게르’가 아닌 현대적인 공간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 식사를 위한 식당은 다른 이가 없는 조용한 공간으로 다림질이 잘 된 하얀 식탁보가 덮인 테이블이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채 햇살을 받으며 자리한다. 창가 옆으로 강이 흐르고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차려진 은식기들이 상상한 몽골 아침과는 다른 낯섦을 가져다 준다. 직원이 다가와 연필과 메뉴판을 건넨다. 선택사항에 표시를 한 후 돌려주니 그제야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오믈렛과 빵으로 서양식 아침 식사를 즐기며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어제 저녁 맛본 기름진 몽골 전통 음식이 아니라 가볍게 하루를 시작할수 있으니 말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로 내려와 가이드를 기다린다. 어제 저녁 근교 관광을 위한 가이드와 안내 차량을 호텔에 부탁했다. 10시, 도착했다는 호텔직원 안내에 따라 나서니 ‘아뿔싸!’ 가이드 없이 차량과 운전자만 있다. 몽골어를 하지 못하는 우리와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운전자와 함께 어떻게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까? 말 없이 호텔 직원을 쳐다본다. 예약받은 직원 실수라며 잠깐 로비에 들어가서 기다려 달란다. 한참 이리저리 전화하고, 도착한 운전자와 얘기하더니 마중 나온 운전자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괜하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호텔 직원은 12시쯤 영어 가이드와 차량이 다시 도착할 테니 잠시 기다려 달라 부탁한다. 떠날 채비를 마치고 나온지라 객실로 들어가 쉴까 하다가 호텔을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물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하기에는 예사롭지 않아 호텔 직원에게 묻는다. 모두가 진품으로 유물이란다. 호텔 소유주가 유명 컬렉터라 하니 더 흥미가 생긴다. 직원에게 설명을 요청하니 흔쾌히 안내를 시작한다.

가장 눈길을 이끈 로비 멋진 그림은 13세기 실존 인물이며 그림 속, 공주가 입고 있는 의복이 그 옆에 전시되어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800년 전, 의복의 섬세함이 현대작가가 다시 그린 그림의 화려한 색채로 표현되니 놀랍기 그지없다. 2층에 옮겨온 실제 게르를 둘러보며 그 안에서 사용되었던 가구들과 일상 용품을 살펴본다. 마치 민속 박물관을 온 듯하다. 복도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전시품들은 우리 것과 비슷한 것들이 많아 그 용도를 추측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로비에 걸린 그림. 13세기 실존 공주이며 그림 속, 공주가 입고 있는 의복과 장신구가 그 옆에 전시되어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800년 전 의복과 장신구의 섬세함이 놀랍기 그지없다.

벌써 시간이 되어 또 다른 가이드가 도착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지만 차가 밀려 늦었다며 미안하다는 사과로 인사를 시작한다. 세련되고 예쁜 여성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차량에 오른다.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게르가 있는 캠핑장 레스토랑이다. 음식은 아시아 퓨전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대화하며 즐기기 시작한다. 미소가 예쁜 가이드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몽골 역사와 문화를 차근차근 풀어 놓는다.

게르가 있는 캠핑장 레스토랑.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아시아 퓨전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먼저 천진벌덕(Tsonjin Boldog)에 있는 칭기즈칸 동상을 보러 가자고 한다. 2006년, 몽골제국 800주년 기념으로 건립을 시작하여 2010년에 완공한 높이 40m, 밑에 있는 기념관과 합치면 50m인 칭기즈칸 대형 기마상으로 몽골 랜드마크라 한다. 푸른 초원이라고 일컫는 허허벌판을 지나니 저 멀리서 햇살에 반짝이는 물체가 보인다. 하늘과 시야를 가리지 않은 초원 사이로 우뚝 솟은 무엇인가는 멀리서도 그 웅장함이 느껴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무엇일까? 티켓 가격을 보니 내국인과 외국인 입장료 차이가 크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이곳은 국립이 아닌 몽골 재벌 투자로 건립된 것이라 한다. 칭기즈칸에 대한 경외심인지 공산주의 이후 칭기즈칸을 영웅시하는 몽골 사회에서 수익성을 고려한 것인지 문득 궁금했다.

칭기즈칸 기념관 1층에는 높이 9m, 길이 6m의 대형 장화가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칭기즈칸이 1179년 17살이 되던 해, 이 길에서 황금 채찍을 발견하여 이곳에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태어난 곳이 동쪽 방향이라 동쪽을 바라보고, 칭기즈칸이 바라보는 쪽에 칭기즈칸의 어머니 동상이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다. 몽골 제국 이전의 훈 제국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큰 지도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1층에는 높이 9m, 길이 6m의 대형 장화가 보인다. 실제 칭기즈칸 기마상의 발 사이즈에 맞춘 장화 크기란다. 소 120여 마리 가죽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장화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서양인 단체 관광객들이 몽골 전통복장을 한 채 웃고 떠들며 단체 사진을 찍느라 어수선하다. 오히려 그들의 전쟁놀이가 더 볼 만한 거리인 듯 한참을 지켜봤다. 말 꼬리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오른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말 머리로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오르는 계단마저 위험해 보여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칭기즈칸 동상을 올려다보고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경치를 내려다본다. 그를 제외하면 몽골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기마상 앞 초원에서 판매되는 관광 상품들. 알타이 독수리 사냥꾼이 제공하는 독수리 체험과 활쏘기 체험들.

별이 빛나는 황야를 통해 순록을 몰고 가는 낭만적인 장면, 아름다운 푸른 초원마저 몽골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마상을 방문하고 나서니 알타이 독수리 사냥꾼이 독수리 체험과 활쏘기 체험을 관광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태양열을 가득 받은 스테인리스 기마상에서 받은 열기를 식힐 겸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의 게르로 향한다. 그들이 전해주는 차를 한잔 마시며 게르 앞에서 여름에 피어나는 각종 야생화와 여러 가지 들꽃들을 바라보며 초원을 즐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