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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입맛 맞는 유러피안 퀴진 추구… ‘행복의 맛’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2-06-18 14:00:00 수정 : 2022-06-17 1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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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레스토랑’ 류훈덕 셰프

재료와 조리법 서양식 따르지만
풍미와 식감·향 등 현지화 중요
英 요리 ‘비프 웰링턴’ 한우 안심 사용
사골·야채 넣은 프렌치 느낌 소스 곁들여
광어 사용한 ‘카르파치오’도
양념과 소스에 재우는 느낌으로 서브
“요리 통해 행복과 감동 선사”
광어 카르파치오
크레센도 호텔 428레스토랑의 류훈덕 셰프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모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사계절의 산, 들, 강, 바다의 제철 식재료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 맛깔스러운 밥상을 끼니마다 먹었다. 아버지가 좋은 식재료를 구해오고 어머니는 그걸 요리하다 보니 항상 집에는 손님이 가득했다.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익숙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주방일을 돕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가 됐다. 특히 부모가 일을 하면 스스로 점심, 저녁을 준비하며 시골 재료들을 먹는 방법을 쉽게 몸에 익혔다. 간식거리도 과자가 아니라 밭에서 생무, 오디를 따서 먹으며 성장하다 보니 특정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과정에 큰 재미를 느꼈다.

류 셰프는 이처럼 식재료와 요리에 노출된 어린 날을 보냈지만 요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전자 계통을 전공해 실제 취업까지 했다. 하지만 본인이 진짜 원하는 일이 요리라는 것을 몸으로 부딪혀 깨닫게 되자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요리에 뛰어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처음에는 요리학원에서 자격증을 많이 따는 것에 집중했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1년 만에 자격증 7개를 취득하게 되었다. 고된 과정이었지만 요리를 좋아한다는 본인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붐이 일던 시기였다. 서래마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12시간을 근무하며 본격적인 요리를 했는데 다른 동료들보다 2~3시간은 일찍 나와서 빵까지 만들었지만 한번도 힘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단다.

류훈덕 셰프

류 셰프의 목표는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주방이었는데 이는 열악한 환경을 버티며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됐고 결국 리츠칼튼 호텔 더 가든 레스토랑에 취업했다. 이어 시드니 힐튼호텔 글래스 브라서리(glass brasserie), 프랑스 호텔 레스토랑 밀리용(Hotel Restaurant Million), 맥코이 다이닝(McCoy’s Dining) 오너셰프를 거쳐 호텔 크레센도 1층에 위치한 428레스토랑의 헤드셰프로 자리 잡았다. 이중 맥코이 다이닝은 귀국한 뒤 처음으로 헤드셰프로 일한 곳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신의 색은 빠지고 정체성을 잃은 공간이 되어갔다. 류 셰프 스스로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단다. 결국 어렵게 돌아가더라도 요리에 진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음식을 하기로 결정하고 음식점의 형태랑 방향을 바꾸자 손님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다가 자리 잡게 된 곳이 바로 지금의 428레스토랑. 현재 그의 요리는 프렌치를 기반으로 둔 유러피안 다이닝을 표방한다. 제철 재료를 활용하고 서양 음식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재료와 조리법은 서양식을 따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현지화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풍미, 식감, 향을 한국 사람에게 맞추는 유러피안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

비프 웰링턴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비프 웰링턴. 전통적인 비프 웰링턴은 소고기를 뒥셀과 함께 파이지로 감싸서 오븐에 구워내는 영국 요리이다. 류 셰프는 프렌치 터치를 넣은 비프 웰링턴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선보인다. 버섯, 양파 등을 곱게 다져 버터와 함께 뭉근히 볶아낸 뒥셀에 트러플을 더해 더 풍부한 향으로 비프 웰링턴의 속을 채운다. 특히 한우 사골과 야채를 넣은 프렌치 느낌의 소스를 곁들이는데 강한 소고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소고기는 한우 안심을 사용해 매우 부드럽고 쥬시하게 먹을 수 있다.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카르파치오로 우리에게 익숙한 광어를 사용한다. 날생선을 양념해서 먹는 음식으로 우리 입맛에 맞춰 이탈리아 카르파치오와 남미 세비체의 중간 정도로 서브된다. 양념이나 소스에 재우는 느낌으로 숙성된 광어에 양념을 진하게 더했다. 광어는 3일 정도의 숙성 과정을 거치고 시트러스 양념을 곁들여 낸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류 셰프는 본질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수준에서 변형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끊임없이 요리를 연구한다. 그러나 요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요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방법도 그에게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만들 때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고 감동과 추억을 줄 수 있는 직업이 셰프라고 말한다. 타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데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 그는 오늘도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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