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내 연구진, 혈관 신생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발견

관련이슈 이슈키워드

입력 : 2022-06-13 11:13:09 수정 : 2022-06-13 23:46: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IBS, 동물실험으로 ‘Merlin’의 혈관신생 활성화 억제 규명
연구진 “암·혈관 질환 치료에 활용 기대”
혈관신생 과정에서 첨단세포 활성화를 조절하는 Merlin의 수문장(Gatekeeper) 역할을 보여주는 그림.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성숙한 혈관으로부터 새 혈관이 발아해 생성되는 ‘혈관신생’ 과정에서의 핵심 조절 단백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혈관신생은 태아의 성장과 상처의 치유 등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현상이지만, 이 현상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망가진 혈관들이 발달하면서 암, 황반변성, 허혈성 심장병, 혈관성 치매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배정현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혈관세포에 존재하는 ‘멀린(Merlin)’이란 단백질이 혈관신생을 억제적으로 조절하는 핵심물질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현재까지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조절인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이를 반대로 조절하는 과정에 대해 규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관신생 시 혈관 주변에서 분비되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와 이 물질이 결합하는 VEGF 수용체(VEGFR)가 혈관 첨단세포(Tip cell)를 활성화해 혈관신생을 촉진시킨다. 

 

VEGF 자극을 통해 혈관내피세포 중 특정세포가 사상위족(Filopodia·말초 신경돌기)을 형성하면서 첨단세포(Tip cell)로 분화하고, 첨단세포 주변세포는 대세포(Stalk cell)로 분화, 세포증식을 통해 혈관의 내강(Lumen)을 만든다. 이후 세포와 세포 접합 연결단백질인 VE-Cadherin에 의해 혈관내피세포가 안정화되면서 혈관생성분화 과정을 마치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생쥐의 혈관에서 특이적으로 멀린의 발현을 억제한 실험군을 만들어 실험군의 망막 혈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사상위족을 가진 첨단세포가 대조군에 비해 증가하지만, 혈관 몸통을 이루는 대세포는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멀린이 세포막에 있는 VEGF 수용체와 결합,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에 따른 첨단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을 밝혀냈다. 또 멀린이 혈관신생 과정에서 VE-Cadherin 밀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을 조절하는 수문장(Gatekeeper) 역할을 해 특정 혈관내피세포가 첨단세포로 분화를 유도하는 기작을 규명했다. 

 

혈관 특이적으로 Merlin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VEGF의 세포내 이동과 세포 결합 정도에 따른 Merlin/VEGFR2/VE-cadherin 상호작용의 변화.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VE-Cadherin 밀도가 높은 혈관내피세포에서는 멀린, VEGF 수용체와 VE-Cadherin이 서로 결합해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을 억제하지만, 반대로 VE-Cadherin 밀도가 낮을 경우 상호결합력이 약해져 VEGF 수용체의 세포 내 이동이 증가하여 VEGF 신호전달이 활성화되고, 첨단세포의 성장유도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현상은 망막 혈관뿐만 아니라 VEGF가 과발현되는 갑상선과 소장융모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으며, 생쥐 종양모델에서도 발견됐다. 

 

멀린이 종양혈관에서 선택적으로 제거됐을 때 첨단세포 수는 증가하고 대세포 수는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비기능적 혈관이 과다하게 생성된 종양혈관은 혈액이 잘 흐르지 않는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변형되었으며, 혈중 산소 감소로 종양의 성장이 현저히 줄었다. 

 

이는 멀린이 오히려 종양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다른 조직에서 종양억제자로 알려진 멀린의 역할과 달리 혈관발달 측면에서는 차별화된 역할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멀린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배 박사는 “멀린이 VEGF 수용체와 결합해 혈관신생을 촉진하기 보다는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동물과 배양된 신생혈관에서 확인했다”며 “멀린이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생리물질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과학 발전(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