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향집 돌아온 ‘그녀의 힐링 레시피'… 잔잔한 울림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2-06-11 12:00:00 수정 : 2022-06-10 21:04: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리틀포레스트’와 토마토

도시 고단한 삶에 지친 주인공
옛 친구들과 만나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들 만들어 먹으며 치유·성장

엄마와 토마토 먹던 장면 인상적
“꼭지만 던져놔도 내년에 열리더라”
자연의 이치와 삶의 가치관 느끼게 해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아직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 만나며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들을 만드는 그 젊은 날을 그린 영화로 보는 내내 마음이 잔잔해지는 힐링 그 자체의 영화다. 영화에는 많은 음식이 등장하는데 그중 토마토가 가장 인상적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 류준열 배우 주연의 잔잔하고도 힐링이 되는 이야기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음이 허전할 때 보기에 좋다. 일본 만화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 ‘리틀 포레스트’가 원작으로 일본에선 영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두 편이 개봉했다. 전반적인 흐름은 비슷하지만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에는 약간의 로맨스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조금 더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장면들이 많다.

한겨울 주인공은 힘든 서울을 떠나 텅 빈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사람의 온기가 없어진 집엔 쌀독에 남은 약간의 쌀, 된장이 전부다. 마당의 눈밭을 헤쳐 얼어붙은 배추와 파를 캐내어 된장찌개를 끓이고 남은 쌀을 긁어모아 밥을 지어 먹는데, 그 장면에서 ‘이 영화가 끝내주는 음식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 마을과, 엄마의 기억이 가득하지만 또 자기를 떠난 미운 엄마가 남겨 놓고 간 집에서 아직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추억의 음식들을 만들어 먹고 성장한다. 20대의 고단한 삶과 가치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 별것 없는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누구나 다 고민하고 경험했을 법한 현실을 느낄 수가 있다. 힘을 쭉 빼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한마디 한마디 나오는 대사들에 내 젊은 시절의 고민들이 떠오르는 것 같은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인공의 ‘내가 여기로 떠나온 게 아니라 돌아온 거야’라는 대사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리틀 포레스트의 토마토

리틀 포레스트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나온다. 어린 시절, 아니 지금도 종종 해 먹는 친숙한 요리들이다. 배추된장국, 수제비, 배추전, 꽃파스타, 아카시아 꽃 튀김, 쑥꽃 튀김, 시루떡, 에그샐러드, 콩국수, 떡볶이, 양파그라탱 등등.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조금 더 시골스럽고 정겨운 요리였다면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는 동서양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던한 음식이 등장하고, 먹는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나는 그중 주인공이 학생 시절 여름 더운 날 평상에 앉아 엄마와 함께 토마토를 먹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텃밭이 관리가 안 되느냐는 지나가는 할머니 핀잔에도 웃어넘기는 엄마를 보며 주인공은 미소 짓는다. 꼭지만 남은 토마토를 텃밭에 던져 버리며 “저렇게 던져 놔도 내년엔 토마토가 열리더라, 신기해”라는 엄마의 대사에선 아련함이 느껴진다. 노지에 던져 놓은 토마토는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큰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노지 토마토 농사는 망쳐 버린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건 잘 자랄 것이고 열심히 한다 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아빠가 떠난 빈자리를 메꿔 주며 그 자리를 지켜 가며 주인공을 키워 왔고, 또 주인공이 19살 수능시험이 끝나는 날 집을 떠난 엄마의 생각과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대사였다.

수제 토마토 소스 파스타

#토마토

7월부터 9월까지 더위가 한창일 때 토마토가 제철을 맞는다. 더운 여름, 더위를 쫓을 수 있다는 빌미로 수박과 참외가 한창 인기 있는 시기에 건강이라는 단어 하나를 더 얹어 토마토도 슬그머니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건강하고 맛나는 과일이 많은 요즘에도 토마토는 높은 순위권을 지킨다. 한여름 차가운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먹기도 했는데 풀 내음 살짝 나는 새콤한 토마토를 설탕 듬뿍 찍어 먹으면 그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어느 과일들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토마토는 설탕보다는 약간의 소금을 뿌려 먹어야 더 건강에 좋다. 토마토를 먹은 후 우리 몸속에서 토마토의 비타민B를 흡수하는 대신 설탕을 분해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또 토마토는 익혀서 먹으면 더 몸에 좋다. 대부분의 채소는 익혔을 때 비타민C가 파괴되며 토마토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토마토에는 지용성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 베타카로틴을 기름으로 조리하면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몸에 흡수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수제 토마토 소스 파스타

<재료> 토마토 5개, 양파 50g, 마늘 3톨, 베이컨 1줄, 소금 1ts, 양송이버섯 3ea, 설탕 1ts, 7분 삶은 스파게티 면 130g, 물 300㎖, 그라나 파다노치즈 30g, 화이트 와인 50㎖, 후레쉬바질 약간

<만들기> (1)토마토는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제거한 후 과육만 다져 준비한다. (2)마늘, 양파, 베이컨, 양송이버섯은 잘게 다져 준다. (3)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양파, 마늘, 베이컨, 버섯을 노릇하게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토마토를 넣고 볶아 준다. (4)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인다. 와인이 자작해지면 물을 넣고 15분가량 뭉근히 끓인다. 마지막으로 소금, 설탕, 다진 바질을 넣고 마무리한다. (5)7분 삶은 스파게티 면을 넣어 버무린 후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 풍미를 내고 접시에 담는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