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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망 사용료 의무 부과 놓고 ISP·CP 논쟁 재점화

입력 : 2022-05-02 06:00:00 수정 : 2022-05-01 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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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통상문제로 확대 가능성

국내 사업자는 매년 수백억 사용료 지급
정작 트래픽 발생량 많은 구글 등 회피
통신사 “트래픽 유발 적절한 책임져야”
유튜브 “한국시장 투자 중단할수도” 반발
국회, 역차별 등 고려 법안 추진 보류
공청회 등 열어 업계 의견 수렴 나서

국회 상정 ‘넷플릭스법’ 내용 보니
사진=AP연합뉴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양사 분쟁에서 시작된 ‘망 사용료’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국회에서 콘텐츠 기업에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자 콘텐츠 업체 당사자뿐만 아니라 미 정부 측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자칫 한·미 정부 간 통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국회는 해당 법안 추진을 잠시 보류하고, 공청회를 열어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국회서 불발된 ‘넷플릭스 방지법’… 구글 “한국 시장 투자 중단할 수도”

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에게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일명 ‘넷플릭스 방지법’(망 사용료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했으나 보류됐다.

과방위는 국내 사업자 역차별 논란, 망 중립성, 계약 자유 원칙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구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입법을 앞두고 “한국 시장 투자를 중단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AFP연합뉴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20일 유튜브 한국 블로그를 통해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아난드 부사장은 “해당 법안은 본질적으로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에 이중으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유튜브는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률 개정으로 인해 초래하는 추가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마땅히 누려야 할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과방위가 결정을 미룬 데에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국 비즈니스 세미나 포럼 2022’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와 관련한 최근 입법은 외국 기업의 혁신과 투자가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에서도 통상 문제를 거론하며 관련 법안 제동에 나선 것이다.

 

◆입장차 팽팽한 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

국내 망 사용료 논쟁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갈등에서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내라”며 방송통신위에 망 이용대가 협상 재정 신청을 했다.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지급 의무 없음) 소송을 제기하며 길고 긴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법원은 1심 판결에서 ‘망 이용 대가를 내는 게 맞다. 대가는 당사자들 간 합의하라”며 사실상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즉각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ISP인 통신사 측은 과도한 트래픽(자료 전송량)을 유발하는 CP가 이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CP는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정작 국내 망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CP가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국내 인터넷 발생 트래픽 발생량은 구글이 2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넷플릭스가 7.2%, 페이스북이 3.5%를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1%와 1.2%로 집계됐다. 구글과 넷플릭스의 트래픽량이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친 양의 10배에 달한다.

 

반면 CP는 ‘망 중립성’ 원칙을 들어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망 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아울러 CP는 ISP가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받고 있으면서 망 사용료를 또 받겠다는 것은 이중 청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망 사용료 논란을 이해하려면 콘텐츠 이동 경로를 이해해야 한다. ISP는 CP가 제공하는 콘텐츠들이 전달될 수 있도록 인터넷 네트워크 연결망을 제공한다. 예컨대 넷플릭스가 만든 콘텐츠가 미국 ISP를 통해 전송되면 한국 ISP가 이를 전달받아 개인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한국 ISP와 미국 ISP는 각각 자국의 개인 사용자나 CP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미국 ISP 간에는 콘텐츠가 오가는 대가로 서로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원칙상 망 사용료는 ISP 간 정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국내 ISP가 넷플릭스나 구글 등 해외 CP에게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전송량 때문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데이터 전송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신망 확충 등 추가 설비투자가 불가피한데, 이 비용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로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다며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해외로도 확대되는 망 사용료 논란

망 사용료 논쟁은 국내 ISP만 느끼는 문제는 아니다. 대형 CP가 과도한 트래픽을 만들어 비용 부담을 준다는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 통신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글로벌 CP사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해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형 글로벌 CP들이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고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정작 망 사용료는 부담하지 않아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생을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망 사용료 법안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제프 휴스턴 아시아태평양네트워크정보센터(APNIC) 최고과학책임자는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오늘날 통신사들은 모든 걸 통제하던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다”며 “CDN 등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남은 자산은 가입자 회선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AFP연합뉴스

◆글로벌 대형 CP ‘망 무임승차’ 방지… 망 사용료 계약 체결 의무화 등 골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를 두고 국내에서 법정 소송 등 갈등이 지속되면서 국회에서 소위 ‘넷플릭스 방지법(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는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나왔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나섰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면서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넷플릭스법’이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형 콘텐츠사업자(CP)에게도 망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 대상은 직전년도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발생 트래픽 양이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사업자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용자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과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처는 물론 서버 용량 다중화, 원활한 인터넷 연결 등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장애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해당 기업을 조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넷플릭스가 여전히 국내 망 사용료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CP가 망 이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들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초대형 CP임에도 불구하고 무임승차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에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조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망 사용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김상희·이원욱, 국민의힘 김영식·박성중,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6개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이들 법안은 넷플릭스나 구글 등 CP가 국내 ISP와 망 사용료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지난 21일 국회에서 신중론이 대두되면서 통과가 보류된 상태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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