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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이책만은꼭] 문명의 종말은 언제나 식량난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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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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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민→ 농경민→ 도시인 인류 변곡점
70억 인구 식량 충분한데도 10억명 굶주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화했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밀 공급량의 27%를 맡는다. 러시아산 밀 수입 비중이 60%가 넘는 아프리카 국가는 당장 기아 위기에 몰렸다. 식용유 공급망도 붕괴했다. 두 나라는 세계 해바라기씨유 공급을 절반 이상 책임진다. 두 나라 수출이 막히자, 그 영향이 인도네시아로 이어졌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50%를 떠맡은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 품귀를 이유로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여기에 이상기온으로 인한 가뭄, 홍수, 산불 등 기후재앙까지 겹쳐져 식량 부족이 심화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세계은행 등 수많은 전문가가 국제 식량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문명과 식량’(눌와 펴냄)에서 루스 디프리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식량과 인류 문명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 책의 원제는 빅 래칫(big ratchet), 거대한 톱니바퀴란 뜻이다. 식량은 문명의 시계를 돌리는 원동력으로, 우리 종은 배를 채우기 위해 지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류는 채집·사냥·농사·교역 등 주변 환경에서 힘겹게 구한 식량으로 연명해 왔으며, 무수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얻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혁신이 한계에 부닥치면, 인류는 맬서스의 저주에 빠졌다. 기아의 망령이 출현하고 질병과 오염이 나타나면서 문명의 붕괴가 시작됐다. 래칫이 해칫(hatchet), 즉 도끼로 바뀌면서 인류를 심판하는 것이다.

저자는 식량과 관련한 두 가지 인류사적 변곡점을 말한다. 하나는 1만2000년 전 인류가 쌀, 옥수수, 밀 등을 길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수렵채집민에서 농경민으로 탈바꿈한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2007년 5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부에서 도시인이 된 사건이다. 두 사건은 우리 삶의 바탕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농경은 분업과 도시화를 낳았다. 가축, 육종, 관개, 비료, 기계, 살충제 등을 이용해 충분한 잉여 식량이 생겨나자, 인류는 수백만명이 한곳에 모여 살면서 식량 생산 외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문화적 혁신을 창출할 수 있었다. 농경은 야금술, 과학, 기계, 의술, 저술, 예술, 법률, 치안 등 숱한 혁신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농경은 동시에 잉여를 독점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지배계급의 아버지였다. 그 탓에 오늘날 70억 인구 전체를 먹여 살릴 만큼 식량이 충분한데도 매일 굶주린 채 잠드는 인구가 10억명에 달한다.

도시화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끊어 격렬한 생태적 변화를 가져왔다. 비만이 인류 전체 문제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음식에 집착하면서 안정적 기후, 행성 재순환 시스템, 생물다양성 등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 의문에 처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라는 성장의 톱니바퀴를 돌린 결과로 생겨난 지구 차원의 도끼가 인류의 목을 내려칠 위기에 빠진 것이다.

문명의 시작에는 넘치는 식량이 있고, 문명의 종말은 늘 식량난에서 시작한다. 식량 위기는 분쟁과 전쟁의 원인이자 비극과 재앙의 원천이었다. 새로운 협력과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문명은 번영했고, 이스터섬에서 앙코르와트까지 낡은 삶에 집착하는 문명은 사라졌다. 인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선연해진 위기를 극복할 혁신을 낳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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