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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이주, 적응, 정착에 대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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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2 22:45:54 수정 : 2022-04-22 22: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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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의 화제작 ‘파친코’는 영화 ‘미나리’, 그리고 한국 드라마로는 ‘토지’와 ‘까레이스키’를 생각나게 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근현대에 한국인들이 한반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적응하고 정착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담았다. ‘파친코’와 ‘미나리’에 담긴 한국인의 이주와 정착의 고단함, 차별의 경험은 미국의 다른 민족들도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다.

미국 내 다른 민족들도 자기들의 이민을 다룬 대표작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프랜시스 코폴라의 ‘대부’ 시리즈는 갱영화의 틀을 빌려 이탈리아계 이민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뉴욕의 갱들’에서 아일랜드계 이민들이 그 이전에 와서 정착한 이들의 차별과 텃세를 겪으면서 정착하는 과정을 그리고, 세르조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폴란드 이민의 이야기는 ‘카인과 아벨’이라는 미니시리즈에서 다루었다. 가난과 억압을 피해 이주한 유럽계 미국인들의 역사를 다룬 이 작품들은 대체로 남성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노예로 끌려온 얘기인 ‘뿌리’라는 드라마 시리즈는 여성과 모계에 대한 언급이 담겨 있었고, 중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인 ‘조이 럭 클럽’은 아예 여성과 모계의 경험 위주로 구성되었다. 한국계 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미국의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는 그전에도 있었다. ‘미나리’와 ‘파친코’는 거기서 더 나아간 작품들이고, 다른 민족들의 경험을 다룬 대표작에 비견될 만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예전부터 해외로 떠나 정착한 사람들, 재미교포들의 삶이나 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룬 영화나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 앞서 언급한 ‘토지’와 ‘까레이스키’는 일제강점기에 각각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연해주에 정착했다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한 이들을 다루었다. 그렇지만 ‘토지’는 이주의 역사라기보다는 서희라는 인물로 본 민족의 수난사로 받아들여졌고, 1994년에 방영된 ‘까레이스키’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와 교류가 막 시작되던 시점에서 만들어졌기에 그 당시에는 낯선 이야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으니 이런 소재들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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