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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쪼름한 가공육… 문명 사라져도 통조림은 영원하다?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2-04-16 14:00:00 수정 : 2022-04-15 18: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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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터월드’와 스팸

바다에 잠긴 지구…
‘드라이 랜드’ 찾는 모험담
수백년 지난 ‘스팸’에
열광하는 장면 인상적

보존·휴대 간편한 ‘스팸’
美 전투식량 채택·보급

우리나라엔 6·25전쟁 때
부대찌개의 기원돼
굽고 끓이고…
밥 반찬·술 안주로 인기
영화 '워터월드'

 

판타지 영화 ‘워터월드’는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후 온난화로 지구가 바다에 잠기자 ‘드라이 랜드’라는 희망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일행의 모험을 다룬다. 영화에는 당연히 악역이 존재한다. 오래된 유조선을 타고 다니는 무법자 스모커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부하를 현혹하는 도구가 바로 몇백 년이 지났음에도 상하지 않은 통조림 햄이다.

 

#영화 ‘워터월드’

어릴 적 주말 저녁이면 늘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늦은 저녁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모여 이불을 덮고 앉아 보던 TV ‘명화극장’이다. 사실 너무 옛날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오늘 이야기할 영화 워터월드도 영화관이 아닌 그 명화극장에서 처음 봤던 것 같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TV 채널에서 종종 방영하던 영화인데 요즘엔 아예 보이질 않는다. 내 기억 속 영화들이 어렸을 때 보던 흑백영화들처럼 이제는 오래된 영화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영화 '워터월드'

 

케빈 코스트너가 주인공 마리너를 연기한 영화 워터월드는 미래에 지구 전체가 물에 잠겨 사람들이 배에서 생활하며 생존해 가는 이야기로, 개봉 당시에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굉장한 호평을 보낸 마니아들이 있었는데 나도 그중 하나다. 영화는 마리너가 바다에 잠긴 지구에선 이제 보기 힘든 흙을 인공섬에서 물물교환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인족인 마리너가 인공섬 주민들에게 잡혀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중 아직 가라앉지 않은 유일한 육지인 드라이 랜드로 가는 지도를 찾기 위해 해적단 스모커 일당이 인공섬을 침략한다. 마리너는 그들을 피해 지도를 등에 새긴 이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소변으로 물을 만드는 기계, 유리로 만든 잠수정, 바다 괴물 컴퓨터그래픽(CG)은 1995년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앞서 나간 것으로 지금 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육지가 가라앉아도 통조림은 영원하다

영화 속 음식을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영화 감상 중에도 ‘제발 음식 하나만 나와라’를 기대하게 된다. 이번엔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며 찬장에서 스팸을 꺼내 굽다가 문득 생각이 난 영화가 바로 워터월드다. 애꾸눈의 무법자 스모커 두목이 해적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공중에서 던지는 것이 바로 스팸이다. 영화에서는 스팸 통조림 겉면에 ‘SMEAT’라 적혀 있는데 이는 영화를 위해 제작된 라벨이다. 무법자들은 이 스팸을 뜯어 손으로 퍼 먹으며, 마치 히틀러처럼 연설하는 두목의 말에 열광을 한다. 수백 년에 걸쳐 육지가 가라앉고 모든 문명이 사라져도 통조림은 건재하다. 이 통조림 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두목이 연설을 하면서 그 스팸을 꽤 멋지게 던지는데 부하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쟁취하고 또 그걸 무척이나 맛있게 먹던 모습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리 통조림이라고 해도 몇백 년이 지났으니 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스팸의 역사

스팸은 ‘스파이시드 햄’(SPICED HAM)의 준말로 1937년 제이 호멜이 개발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가공육 전투식량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공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팸은 처음엔 돼지고기의 넓적다리 이외에 작은 부산물을 모아 조미료를 넣고 만든 자투리 통조림 햄이었으나, 보존과 휴대가 쉬워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채택됐고 그 후 전 세계로 보급됐다.

스팸은 전쟁을 따라다녔는데, 우리나라에는 6·25전쟁 때 미군을 통해 전해졌다.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음식으로 끓였다는 부대찌개에 스팸이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다. 스팸은 기본적으로 짜고 기름지다. 그래서인지 쌀밥이 주식인 우리 식단과 솔직히 궁합이 좋다. 건강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순 있지만 이 스팸 한 조각만 한 밥반찬, 술안주가 없다.

스팸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팬에 약간의 기름을 둘러 구워 먹고, 데쳐서 소금기를 빼 준 후 구워 먹기도 한다. 찌개나 라면에 넣으면 조미료가 따로 필요 없다. 달걀물에 적셔서 빵가루를 둘러 튀기면 기가 막힌 술안주가 된다.

 

스팸 튀김

 

■스팸 튀김과 타르타르소스 만들기

<재료>

스팸 1캔, 밀가루 중력분 50g, 달걀 1개, 건바질 조금, 튀김 기름 넉넉히

●타르타르소스 재료

달걀 1개, 홍파프리카 30g, 양파 30g, 레몬즙 10㎖, 설탕 1ts, 마요네즈 100g

① 스팸을 1㎝ 두께로 썬 후 밀가루를 묻힌다. ② 건바질을 섞은 달걀물, 빵가루를 묻힌 후 170℃에 노릇하게 튀긴다. ③ 타르타르소스용 달걀은 10분 동안 삶은 후 으깬다. ④ 다진 양파, 다진 홍파프리카, 레몬즙, 마요네즈, 설탕, 으깬 달걀을 넣고 섞어 버무려 준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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