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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는 로봇”… 기업들 주도권 잡기 경쟁 뜨겁다

입력 : 2022-04-11 01:00:00 수정 : 2022-04-10 23: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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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시장 149조 전망… 사업 강화

단순 생활보조부터 배달·방역까지
비대면 장기화속 로봇 역할 확대
서비스용, 연평균 13% 성장 전망
“2025년 이후 산업용 뛰어넘을 것”

삼성 3년간 240조 신규 투자 계획
KT 로봇 서비스 플랫폼 확장 노력
로보틱스社 인수 현대차, 선두 부상
LG, 로봇산업 선도… 상용화 앞장

골프장·음식점 등 도입… 치킨 조리 로봇도
현대차 로봇개 스팟

“세바스찬, 오늘 내 저녁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남자가 TV 화면에 나온 인공지능(AI) 아바타에게 질문하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 스케줄요? 제시와 오후 5시에 화상회의가 있고, 6시에는 사라가 저녁 식사를 위해서 방문할 예정이에요. 오늘 바쁜 저녁이 되겠네요. 시간 절약을 위해 제가 로봇청소기에게 미리 청소를 시켰어요. 페퍼로니 피자도 주문할까요?”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미래 일상모습 중 일부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서 AI 아바타와 인터랙션 로봇 ‘삼성 봇 아이’와 가사보조 로봇 ‘삼성 봇 핸디’를 선보였다. 삼성 봇 아이는 사용자와 함께 있을 때는 따라다니며 일을 보조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텔레프레전스’ 기능을 통해 사용자를 대신해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DX부문 선행기술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의 김중회 연구원은 “미래 홈 환경에서 로봇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용자들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일상적인 일을 돕고, 삶이 편리하고 행복해지는 ‘동반자’로서의 로봇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로봇사업에 힘을 쏟으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로봇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와 자동차, 통신, IT 업계에서는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일상생활 보조부터 헬스케어, 서빙·배달, 방역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전세계 로봇 시장 규모 2024년 149조원 달해… 서비스 로봇 약진

1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면 로봇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1220억달러(약 14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서비스용 로봇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 3대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부터 연평균 13% 성장해 2025년 이후 산업용 로봇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2030년에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가 800억달러(98조원)로 커지면서 지금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도 국내 로봇 시장은 2025년 기준 누적 23만대의 로봇이 보급되고 2조80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추진 첫걸음으로 로봇을 꼽았다. 한종희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동반자)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과 AI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봇 아이와 삼성 봇 핸디 외에도 보행보조 로봇인 ‘젬스’와 음식서빙 로봇 ‘삼성봇 서빙’, 고객응대 로봇인 ‘삼성봇 가이드’ 등을 공개했다. 또 2020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내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이를 상설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인력도 1년 새 10배 정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최신 방역기술과 AI로봇을 결합해 ‘AI 방역로봇’을 선보였다. 이와 동시에 고객 맞춤형 ‘로봇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을 통해 로봇 서비스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KT는 로봇사업을 단순한 제품 공급이 아닌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정의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KT는 AI 서비스로봇부터 AI 호텔로봇, AI 케어로봇, 바리스타로봇, AI 방역로봇까지 KT의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KT는 향후 본격 성장하는 로봇 서비스 시장 공략을 위해 고객의 필요에 맞게 배송과 물류, 환경, F&B(식음료) 등 신규 영역으로 서비스 플랫폼을 지속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산업 인수합병(M&A)도 활발

현대자동차그룹은 몇 년 전부터 로봇산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현대차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갖고 있던 미국 로보틱스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2020년 인수하면서 로봇산업 선두주자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나서 다양한 로봇들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4족보행 로봇개인 ‘스팟’과 직립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공개했다.

현대차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달이(DAL-e)

상용화를 시작한 스팟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돼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고, 미국에서는 화재 진압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에스코트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 주주총회에서는 AI 서비스로봇인 달이(DAL-e)가 주주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로봇을 활용한 사업 분야 발굴과 더불어 협력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동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로보틱스랩장(상무)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스팟과 물류로봇인 ‘스트레치’에 이어 상용화할 로봇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있다”며 “인력 교류와 지식재산권(IP)을 공유하는 등 연구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는 이달 11일까지 로봇 솔루션, 모빌리티 솔루션 등 5개 부문에서 소프트웨어(SW) 인력을 대규모로 선발한다.

가장 먼저 로봇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것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이다. LG전자는 2018년 말 여러 조직으로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부서를 ‘로봇사업센터’로 통합하고 2020년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비즈니스솔루션(BS)으로 로봇사업담당을 이관했다. 같은 해에는 산업용 로봇 제조 개발 기업인 로보스타 지분 33.4%를 확보해 인수했다.

LG 클로이 로봇, 호텔 룸서비스

최근 LG전자는 자사 로봇 ‘클로이’를 필두로 로봇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클로이는 안내로봇과 청소봇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해 바리스타봇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박물관 도슨트로 전시작품 해설과 편의시설 안내 등을 돕는 가이드봇, 비대면 방역을 담당하는 살균봇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띵동∼ 로봇이 배달왔어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일상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봇이 가장 빠르게 스며든 분야는 ‘배송’이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자율주행 로봇 배송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은 뉴빌리티다.

뉴빌리티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봇 기술 상용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빌리티의 로봇 ‘뉴비’(사진)는 고가의 ‘라이다(LiDAR)’를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이 아닌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추정 기술을 활용한다. 라이다와 비슷한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면서도 저렴하게 로봇 배송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뉴비는 현재 삼성웰스토리가 식음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아난티 중앙 골프클럽’에 도입됐다. 골퍼들이 필드에서 카트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뉴비가 이를 배달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뉴비를 활용한 근거리 배달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아울러 뉴빌리티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라스트마일’ 배송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라스트마일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배송서비스의 마지막 단계다. 올해 안에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기 광교 내 특정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활용해 고객의 집 앞까지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는 ‘도어투도어(D2D)’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구 내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주문하면 된다. 이 로봇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공동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통과하고 탈 수 있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의 선두주자는 ‘베어로보틱스’다. 베어로보틱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서빙로봇 회사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 대표가 식당을 직접 경영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담아 회사를 설립했다. 2020년부터 자율주행 서빙로봇 ‘서비’ 양산을 시작해 국내외 유명 프렌차이즈 식당 등에 판매했다.

 

치킨을 조리하는 이색적인 로봇도 있다. 2019년 창업한 ‘로보아르테’는 로봇이 직접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 직영점을 현재 6곳 운영하고 있다. 로봇은 치킨 반죽부터, 튀기는 과정을 혼자 해낸다. 뼈 치킨은 8분30초, 순살 치킨은 6분 만에 로봇이 자동으로 튀긴다. 개발 초기 기기 1대에 1억5000만원이 넘었으나 현재는 3000만원 이하로 낮아졌고, 성능은 개선됐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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