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회동 불발 이후 사사건건 대립
감사원, 인수위 보고서 尹 손들어줘
신·구 권력 충돌에 국민적 피로감도
‘역대 최장’ 대선 후 19일 만에 만나
28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6일 회동이 무산된 이래 ‘전례 없는 신·구 권력 충돌’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특히 공석이 된 감사원 감사위원 2명의 인사권 행사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듯했다. 이번 회동 성사의 배경에는 지난 25일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일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넸고, 같은 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윤 당선인을 예방한 자리에선 이 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핫라인’으로 지목돼 회동 일정 조율이 급물살을 탔다. 양측은 16일 오찬 회동 일정을 공지했으나 불과 4시간여를 앞두고 회동 연기 사실을 알렸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예고까지 된 상황에서 불발된 건 초유의 일이다. 양측은 회동이 무산된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진 않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윤곽이 차츰 드러났다. 양측은 회동 무산 이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과 한국은행 총재·감사원 감사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 행사 문제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사위원 인선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첨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에 감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회 구성 등을 이유로 ‘비토권’을 요구했다. 당선인 측이 거부하는 인사는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감사위원 1명을 인선할 경우 전체 위원 7명 중 ‘친문’(親 문 대통령) 성향 위원이 4명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비토권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을 고수하면서 “임기 만료 전이라도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섰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논의도 공전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예비비 상정 요구에 대해 ‘안보’를 내세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분위기가 한층 험악해졌다. 지난 23일엔 문 대통령이 발표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선의 사전협의 여부를 두고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서로를 직격하는 듯한 발언을 각각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회동이 아예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됐다.
감사원이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면서 핵심 쟁점이었던 감사위원 인선 문제가 변곡점을 맞았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협의 없이 위원 제청을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감사원의 이런 입장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게 되면서 회동 성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회동이 늦어지는데 따른 국민적 피로감과 이로 인한 양측의 정치적 부담감, 최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비롯한 엄중한 안보 상황 등이 더 이상 회동을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을 조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결국 회동이 성사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역대 최장기간 기록인 대선 후 19일 만에 처음 얼굴을 맞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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