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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5일장의 봄... 자연과 하나 되는 치유의 숲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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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9 11:24:00 수정 : 2022-03-19 1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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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나물 기다리는 정선 5일장·힐링 여행지

50년 넘게 이어온 시골장터
현대식 변신에도 정감 넘쳐

산나물·약초·농산물 천지
콧등치기국수·메밀전병
곤드레밥 등 먹거리도 넘쳐

코로나·비수기 겪는 상인들
이벤트 준비 봄 성수기 기대

로맨틱한 사연 품은 ‘로미지안 가든’
청정 공기 마시며 테마길 산책·명상
레일바이크 ‘씽씽’… 주변 경치 감상
아리힐스의 집와이어 ‘짜릿한 경험’
스카이워크에선 한반도 지형 펼쳐져
정선아리랑시장 사거리 한복판에 있는 생탄상회 앞에서 산나물과 곤드레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첫 나물이 나오기 전인 데도 북적인다.

강원 정선5일장은 1966년 2월 개장했다. 두메산골에 들어서던 정선장이 정기시장이 된 시점이다. 지금은 정선아리랑시장이지만 1770년 조선 영조 때 펴낸 ‘동국문헌비고’에도 정선장의 흔적이 기록됐다고 한다.

 

정선으로 길을 잡은 건 겨울을 지낸 지금, 시골 장터의 정감 있는 활기가 그리워서다. 스키 시즌이 끝난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우려돼 일부러 5일장과 주말장이 겹치는 날을 택했다. 4월 첫 나물과 함께 봄 성수기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기대를 나눈다. 레일바이크와 아리힐스, 로미지안 파크 등을 함께 다녀왔다.

시장에 나온 봄꽃화분.

◆첫 나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정선군은 정선5일장에 대해 “1966년 2월 17일 개장된 시골장터로 옛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 농산물이 주종을 이룬다”고 소개했다.

 

정선군에는 한때 5일장이 난립했다. 그 많던 5일장들은 이젠 3곳으로 추려졌다. 정선아리랑시장 외에 임계(5·10일)와 고한(1·6일)에서 5일장이 열리고, 3·8일에 열리던 사북5일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1960년대 석탄산업 호황과 함께 성장한 정선장은 한때 우시장도 함께 열렸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석탄산업 사양화와 이농 확대로 인구가 줄면서 쇠퇴했다. 그러다 1993년 3월17일 서울 청량리를 출발하는 ‘정선5일장 꼬마열차’가 정선역에 도착하며 상황이 변했다. 마지막 운행을 앞둔 비둘기호를 되살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12년 정선시장은 정선아리랑시장으로, 2015년 꼬마열차는 정선아리랑열차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매월 5일장(2와 7일)과 주말장(토요일)에 열린다.

 

아리랑시장 상인회 사무국장 임미순씨는 “시장은 4월 2일에 공식 개장해 11월 말까지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그날에 맞춰 여러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시장 개장 기간에는 5일장 외에 주말장도 열린다. 임씨는 “외지 노점 분들은 다른 5일장을 다녀야 해서 주말장에는 정선 물건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주말장 자리뽑기는 격년제다. 지난해 주말장에서 만난 노점을 올해도 같은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이유다.

 

2013년 3월부터 일한 임씨는 정선5일장의 황금기를 지켜봤다. 그는 “당시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2017년 양양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로 강릉이 일일 생활권이 되면서 정선을 들러가는 사람들이 줄었다. 다른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컸다.

 

5일장의 최대 난제였던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된 주차타워 공사가 주민 민원으로 취소됐는데,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공사 지원금을 반납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것도 악재다. 하지만 시장 안에서 하던 공연 외에 보물찾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여행객 유치에 모두가 힘을 쏟고 있다.

 

아리랑시장은 한복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문으로 뻗쳐있다.

5일장길 사거리에 있는 생탄상회의 김금희(62)씨는 남편 이윤광(61)씨와 1982년부터 난전에 나왔다. 뭐든 닥치는 대로 팔았다고 했다. 지붕이 생기는 등 시장이 현대화된 후 생탄청과를 열어 과일을 취급했고, 2014년부터 상회로 이름을 바꿔 산약초와 생나물, 건나물 등을 팔고 있다. 이씨는 2020년까지 12년 동안 상인회 이사장을 맡았지만 이제 가게는 김씨와 아들 대룡(41)씨가 꾸려간다. 김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니기도 힘들었다”면서 “4월 초 새 나물이 나오면 그때부터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봄에는 산나물, 곤드레, 취, 두릅 등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나물과 약초가 주종목인 아리랑시장은 여름(더덕, 황기)과 가을(건나물, 송이, 능이)에 이어 지금은 비수기인 겨울을 지나고 봄 첫 나물을 기다리는 중이다. 평창 청옥산 시래기도 잘 팔린다.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메밀전병 등 먹거리도 곳곳에 많다. 곤드레밥 등을 파는 회동장은 시장의 명물이다. 

야채통닭으로 유명한 대가촌(구 오성통닭)은 역전의 가게를 두고 5일장엔 시장 동문 입구에서, 주말장에는 회동집 앞 난전에서 통닭을 판다. 대가촌 임인정(52·여)씨는 20년 전 떡볶이 노점을 하다 야채통닭을 팔던 오성통닭 주인 할머니의 눈에 들어 무보수로 일하다 통닭집을 이어받았고, 10여년 전 가게를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임씨는 난전에서 통닭을 팔다 시장이 문닫는 저녁에 역전의 가게로 돌아와 일을 이어간다. 야채통닭을 파는 난전 옆에는 동해황기족발이 펄펄 끓고 있다.

곤드레밥, 콧등치기, 보리밥 등으로 유명한 예림식당은 군청 직원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예림식당 김영이(68)씨는 전 장사만 25년 됐다. 전을 부치던 김씨 딸 권선옥(42)씨는 “엄마는 내가 대학교 다닐 때에도 전 장사를 했다”며 “원래 시장에 지붕이 없을 때 남문 밖에서 좌판을 시작했고 재개발된 뒤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시장을 한창 구경하다 벌집 아이스크림과 달고나를 파는 곳에 섰다. 100평 규모의 정선 로컬푸드와 특산품 판매장 ‘같이’다. 운기석, 떡, 꿀, 더덕 등을 판다. 1986년부터 정선에서 송어양식을 하던 군언횟집 사장 손금생(81)씨가 원래 있던 마트를 인수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같이’를 운영하는 아들 희륜(50)씨는 “정선에 우수한 상품이 많은데 지자체 인증 제품, 로컬푸드 등 정선 제품만 팔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정선군에서 만든 게 80% 이상이고 앉아서 쉴 공간도 있다”고 소개했다. 개장 초부터 팔고 있는 벌집 아이스크립 ‘허니 같이’는 주말에는 하루에 800∼1000개씩 팔려나간다고 한다.

 

2018년 11월 시장 안에 지상 3층 규모로 문을 연 ‘청아랑몰’은 청춘과 아리랑의 합성어이다. 운기석과 천연염색, 수공예 체험공방 등 청년들이 운영하는 몰들이 들어섰고, 쉴 공간도 있다.

 

정선군상권활성화재단은 5월에 시장 인근 여인숙 부지에 ‘정선황토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인근의 오래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여행객 휴식공간을 겸한 ‘아리랑마을콘텐츠홀’도 운영할 계획이다. 약초를 활용한 족욕장도 상시운영한다.

 

◆로미지안, 레일바이크, 아리힐스

 

북평면 나전리의 로미지안 가든은 2020년 4월에 ‘치유의 숲’을 테마로 물을 열었다. 김수현 매니저는 “국내에서 자이언트 베고니아가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건강에 가장 좋은 높이가 500∼700m 정도라고 하는데 로미지안은 550m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이언트 베고니아는 전세계에서 일본 등 5개국에서만 취급하는데, 2019년부터 일본 이치바타 파크와 기술교류를 하면서 들여오게 됐다”며 “일반 베고니아가 7∼8㎝인데, 자이언트 베고니아는 20㎝ 이상이라 사람 얼굴 크기 정도”라고 설명했다.

 

로미지안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2번씩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테마 길 걷기 코스는 7개인데, 일반 관람객은 4곳을 다닐 수 있다. 곳곳에 아라리탑 등 조형물 27개가 있다.

로미지안 탄생 배경은 유명하다. 화학제품 기업 엘베스트 그룹의 손진익 회장은 기관지 천식을 앓던 아내 김종희씨를 위해 10여년 전 정선에 내려왔고, 건강이 호전되자 로미지안을 열기로 했다. 손 회장 부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로미는 아내 김씨의 애칭이고, 지안은 손 회장의 호다.

 

로미지안 정상에는 객실 6개가 있는 숙박동이 있다. 숙박동 앞 ‘천공의 아우라’는 석회암 구역으로 원래 숙박동이 들어설 자리였다. 석회암 군란이 발견돼 지질학자에게 의뢰하니 ‘2억5000만년 전쯤 바다에서 융기한 흔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보존하기로 하고 공사부지를 옮겼다.

정선 아우라지역의 어름치카페.

로미지안 중심에는 랜드마크 가시버시성이 있다. 가시버시는 부부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천공의 아우라 인근 바비큐장을 지나면 나오는 ‘삼합수 전망대’는 로미지안 최대 전망을 자랑한다. 해맞이 둘레길과 남평뜰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첩첩산중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리랑의 고장으로 유명한 정선의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 두 물길이 여량에서 만나 흐르는 곳”이라며 “삼합수는 여기에 오대천이 더해져 세물머리(삼합수)를 이뤄 한강으로 흘러간다”고 소개돼 있다. 로미지안은 주차장(310m)부터 정상(550m)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2005년 시작한 정선레일바이크는 구절리역에서 출발해 아우라지역까지 약 7.2㎞를 내달린다. 내리막으로 시작해 힘들지 않게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 터널을 앞두고 1㎞ 구간은 오르막이긴 하다. 아우라지역에서 여치 카페 등을 둘러볼 수 있고, 풍경열차를 타고 돌아올 때에는 송천을 낀 풍경이 이어진다. 총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풍경열차 운행 때문에 하루 5회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

아리힐스의 집와이어는 하루 최대 300명만 탈 수 있다.

스카이워크와 짚 와이어 등이 있는 아리힐스는 2012년 5월에 시작해 올해로 꼬박 10년이 됐다. 아리힐스 권재왕 팀장은 “속도가 시속 120㎞에 달하는 짚 와이어는 기계가 1.2㎞ 구간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해서 하루 250∼300명만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4명이 동시에 탈 수 있다. 안내에 따라 몸에 착용한 줄을 잡고 무릎을 문에 댄 채 경주마처럼 출발을 기다리는 찰나가 가장 무섭다. 성인 남성 6명이 올라왔다가 1명이 중도 포기할 정도다. 준비된 차량을 이용해 정상에 돌아오는 데 15분쯤 걸린다. 국내 최초의 유리전망대인 스카이워크에서는 동강을 배경으로 한반도 지형이 펼쳐진다.

나전역에 닿았다. 1969년 석탄산업 발달과 함께 보통역으로 문을 열었고, 1989년 대한석탄공사 나전광업소가 사라지면서 1993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 됐다. 인구가 크게 줄면서 철거가 논의됐던 나전역은 2015년 옛 간이의자와 난로, 역무실과 시간표 등이 그대로 재현됐다. 1992년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 등장한다.

 

화암동굴은 금을 캐던 천포광산을 금과 대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금광맥의 발견부터 채취까지 과정을 재현했다. 동굴 입구와 출구가 다른데, 대략 1.8㎞로 1시간∼1시간 30분 걸린다.

 

고한 18번가의 ‘마을호텔18번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19일 개장했다. 오래된 마을 단층집을 리모델링해 숙소 3곳을 만들어서 ‘누워있는 호텔’로도 불린다. 1호점에서 50m 떨어진 곳에 2호점이 다음달에 개장한다. 김진용 사무국장은 “한때 카지노 손님 때문에 ‘달방’으로 빌리는 마을 민박이 많았는데 카지노 영업이 위축되면서 빈방이 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올해는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체험과 마을 투어 등 관광코스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한 18번가 인근에 있는 ‘고한시네마’는 정부 등 지원으로 지어진 2개관 총 110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이다. 2019년 6월 개관한 고한시네마의 박우철(37) 관장은 “정부 등 지원으로 최신작 영화 표가 6000원”이라며 “비가 오는 등 궂은 날씨에 최신 영화를 다 보고 가는 여행객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리랑시장에서 멀지 않은 ‘아리아리 정선시네마’도 작은 영화관이다.


정선=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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