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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협력’의 시대…다시 바라보는 ‘합작 와인’ 시리즈

입력 : 2022-03-16 03:00:00 수정 : 2022-03-15 17: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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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이른바 ‘스토리’를 가진 상품이다. 

 

이 때문에 모임에서나 중요한 자리에서 와인이 자주 사용되는데, 와인을 소개하며 얽힌 스토리나 숨은 뒷이야기로 모임의 분위기를 유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제 20대 대선 이후 ‘통합’ ’협력’ 등이 자주 회자되며 와인 업계서도 ‘합작와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에서 20년 넘게 와인을 판매해 온 A씨는 세계일보에 "최근 고객들이 스토리를 가진 와인 중에서도 ‘협력’과 ’통합’ 등의 단어로 풀어내기 좋은 와인을 찾고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선 후 시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모임에 참여한 분들이 서로 갈라지는 일 없이 상호 일을 도모하자는 의미도 담겨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협력’ ’합작’의 스토리를 담은 와인을 일상에서는 물론 특별한 모임에서도 선물하기 좋은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별로 소개한다.  

 

◆이태리 와인명가와 칠레 부띠크 와인명가의 합작와인 ‘알비스’

 

칠레와인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던 2000년대는 칠레의 와인 가이드 북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직접 테이스팅을 위해 출장을 직접가지 않아도 상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공신력 있는 평가로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데스콜챠도스’(Descorchados)라는 이름의 와인가이드 북은 남미에서도 꽤 유명한 전문지로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그 중, 2008년도 판은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프랑스 와인명가와 칠레 최고의 와인가문의 합작와인 ‘알마비바(2004)’를 제치고 하라스 데 피르케라는 (덜 알려진) 와이너리의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2004)’이 칠레 최고 와인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총 885개의 칠레 와인 중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은 뒤 동점을 기록한 알마비바와의 비교 시음에서 이긴 것이다. 이로 인해 엘레강스를 생산한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는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후 이탈리아 와인업계의 대부 피에로 안티노리와의 국제적인 합작와인 알비스를 탄생시켰다. 알비스는 ‘새벽’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칠레의 하라스 데 피르케가 의기투합해 2004년에 최초 빈티지 출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알비스는 두가지 품종을 섞어 만든 블랜드 와인으로 대표적인 국제품종 카베르네 소비뇽(Carbernet Sauvignon, 80%)과 까르메네르(Carmenere, 20%)가 사용된다. 두 품종의 대표적인 특징이 잘 담겨져 있는데 우선 검은 포도과실류와 블랙 커런트 (블루베리로 볼수 있으나 카시스 베리라 부르는 관목의 일종이다)가 느껴지는 과일향을 많이 담고 있다. 코끝에서 아주 미세한 허브와 민트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와인에서 느껴지는 허브와 민트 향은 의도적으로 기억하고 향을 맡아본다면 마지막 순간에 향을 잡을 수 있다. 칠레의 적포도 품종의 일반적인 특징인 꾸덕꾸덕한 바디감이 도드라지며 카베르네 소비뇽 덕분에 잘 숙성된 탄닌감을 느낄 수 있다. 타닌 때문에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세한 포도의 잔향이 글라스 안에 남는데 매우 일품이다. 쉽게 말해 쉽게 재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르메네르의 블랜딩 기술덕분에 와인이 튄다거나 하지 않고 무난하며 섬세한 맛을 볼 수 있다. 이 와인은 육류와 먹을 때 위의 테이스팅 노트를 조금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설립자 에두아르도 A. 마테는 훌륭한 종마와 최고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1991년 칠레의 핵심 와인 생산 지역인 마이포 밸리의 피르케 지역에 포도밭 600헥타아르( 600만㎡) 를 인수해 하라스 데 피르케를 세웠다. 그는 당시 칠레 와인을 이끈 중저가 와인 대신 고가의 고급 와인을 출시한다. 이어 2003년 이탈리아의 세계적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조인트 벤처 협정을 체결하고 ‘안티노리&마테’사를 설립, 칠레 최초의 합작 와인 ‘알비스’를 출시하면서 점점 시장을 사로잡았다. 와인 뿐만 아니라 그가 배출한 종마도 명마로서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는다. 북미와 남미 지역의 다양한 경주에 출전해 우승하며 명마의 산실로 부각된다. 아버지에 이어 현재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B. 마테 사장은 “와인은 인맥, 역사, 인지도가 아니라 와인 자체로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와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만이 그들의 와인을 성장시키는 동력이라 말한다.

 

◆프랑스 와인명가와 미국의 대표와인 가문의 합작와인 ‘오퍼스 원’

 

‘오퍼스 원’이라는 이름은 작품이라는 뜻의 ‘오퍼스(Opus)’, 그리고 첫 번째라는 뜻의 ‘원(One)’이 합성된 말로 지금은 작고한 두 명의 와인 영웅들이 협력하여 만든 와인이다. 세계적인 와인명가 로칠드 가문의 ‘필립 로칠드(Philippe de Rothschild)’ 그리고 나파 밸리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하와이에서 만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한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은 보르도 와인 2등급에 지정되었던 샤토 무통 로칠드를 각고의 노력을 통해 1등급으로 진급시킨 인물인 동시에, 지금은 일반화된 샤토 병입 제도를 도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로버트 몬다비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으로 성장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로버트 몬다비 와인을 출시하며 성공시켰다.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의 합작이라 당시 상당히 많은 화제가 되었다. 당시 와인 생산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파밸리 입장에서는 프랑스의 양조 기술이 필요로 했을지모르지만,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던 보르도 그랑 크뤼 샤토가 당시로서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나파 밸리에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퍼스 원은 출시 후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나파밸리 와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와인으로 인지도 면에서도 가장 높았다. 바롱 필립 남작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참고로 오퍼스 원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의 유통은 프랑스 보르도의 중개인인 네고시앙(Negociant)에 의해 유로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통구조에서 다른 미국와인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퍼스 원은 보르도의 다른 고급 와인들처럼 중후하고 잘 짜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다. 뿐만 아니라 오퍼스 원은 어리게 마셔도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다른 나파 밸리 와인과 달리 빈티지에 따른 차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으나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 왔다.

 

◆프랑스 와인명가와 칠레최고의 자연환경의 합작와인 ‘에스쿠도 로호 그란 레세르바’ 

 

위에 소개한 바롱필립 드 로칠드는 유럽의 전통적인 와인 명가들 답지 않게 열린 자세로 신대륙 와이너리들과도 협력하였다. 바롱 필립은 칠레 와인기업과의 합작으로 만들어 낸 ‘알마비바(Almaviva)’를 만들어 칠레에서도 명품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바롱 필립드 로칠드의 필리핀 드 로칠드 (Philippine de Rothschild) 여사는 좀더 공격적인 시도를 한다. 가문의 상징인 ’붉은 방패’를 라벨은 물론 라틴어로 이름 붙인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를 만든다. 붉은 라벨 속에 방패 그림을 넣어 한눈에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와인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에스쿠도 로호는 프랑스 와인의 풍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칠레 와인과 다르고 칠레 떼루아의 특성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와인과도 다르면서 다른 칠레 와인들과 비교해도 좀더 감미롭고 화려하면서도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알마비바를 만든 와인 메이커가 양조하였고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터치가 가미되었음에도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격대의 데일리 아이콘 와인이라서 ‘리틀 알마비바’로 불리운다. 에스쿠도 로호는 해마다 평점을 올리며 보존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임스 서클링은 그의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블랙 베리류, 검은 자두, 제비꽃, 카시스, 으깬 허브 향을 느낄 수 있다. 검붉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하고 풍부한 산도와 타닌감의 적절한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아로마를 통해 입안에서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풀바디한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메네르,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랜딩된 이 와인은 지금 당장 마시기에도 좋다”고 평하였다.

 

◆합작와인은 아니지만, 미국와인 중에서는 과거의 미국 대통령을 와인에 넣기도 한다. 더 페데럴리스트 어니스트 레드 블랜드

 

‘더 페데럴리스트’는 텔라토 그룹의 한 와인 브랜드로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벤 프랭클린  (Ben Franklin), 조지 워싱턴 (George Washington),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알렉산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을 오마주로 만든 와인이다. 벤 프랭클린은 “와인은 항상 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 스스로 행복하기를 원함을 보여주는 증거다”라고 말을 할 정도 와인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와인에 대한 애정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그들과 닮은 진하고 선명한 와인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더 페데럴리스트 와인의 시초가 된다. 자두, 블렉베레, 블랙 커런트 향에 약간의 스파이스를 느낄 수 있으며, 입안에서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촉감과 긴 여운을 선사한다. 미국의 가장 많은 존경을 받는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에 대한 진실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불고기, 갈비찜, 피자, 미트볼 스파게티, 숙성 치즈. 미국 노예 해방의 주역인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며 만든 와인이다.

 

◆유명한 정치인사의 와인사랑 덕분에 국내서도 인기있는 와인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폴로져’

 

전임 미국대통령으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가 사랑했던 와인 ‘캔달잭슨’은 “This is U.S.A”로 해외 와인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캔달 잭슨 와인을 만나는 미국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 와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Kendall 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는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에서 자란 샤르도네 100%로 만들어진 이 화이트 와인은 출시이래 26년간 미국 샤르도네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출시한 이 와인은 출시된 당시의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됨은 물론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지키고 있어 현재까지도 부르고뉴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가지고 있는 비교 불가의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 2008년 피플(The people)지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카고에 있는 그의 집에서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를 품목이라고 밝혀 국내에서도 ‘오바마의 와인’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영국 총리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은 우연히 폴 로저 샴페인을 맛본 뒤 샴페인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처칠은 매일 샴페인을 두 병씩 마셨다. 1928년산 빈티지에 푹 빠진 처질은 평생 마실 폴 로저 샴페인을 주문하기도 했다. 폴 로저는 처질의 이 같은 샴페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그를 위한 샴페인 2만 병을 따로 보관했다. 1965년 처칠이 사망하자 샴페인의 병목에 검은 리본을 달아 그를 애도했다. 처칠이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지난 뒤 폴 로저에서 생산한 최상의 샴페인에 ‘큐베 서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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