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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중국 외교… ‘외교적 무능’ 우려 중재 역할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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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8 13:00:00 수정 : 2022-03-08 1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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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밀접… 중국내 반대 목소리 못내 외교 걸림돌
“시, 유일하게 푸틴에 영향력”… 중재 요구에 中도 고민
“푸틴, 시진핑 말 듣지 않을 듯”… 中 이미지만 해칠 수도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밀접한 관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중국의 외교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제사회의 중재 요청에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외교적 무능’ 부각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애매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지난달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중국의 퇴로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중국은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대화를 촉구하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지만, 양국 정상간 관계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담당 국장을 지낸 폴 핸리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현재 중국 내부에서 러시아와 가까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상황에서 중국 내부에서 이에 어긋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 중국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자는 요청 등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든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중국인들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왕이 외교부장 등에게 전쟁 방지 노력에 동참해 달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 자료까지 제시했지만, 중국은 이 같은 자료를 오히려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간 밀접한 관계로 인해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예일대 경영대학원 스티븐 로치 교수는 7일(현지시간) CNBC에 “푸틴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시진핑”이라며 “지금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로치는 “중국은 트럼프 카드를 쥐고 있으며, 이 기회를 활용하느냐 마느냐는 시진핑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푸틴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앞서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왕이 부장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쿨레바 장관은 이후 언론에 “중국은 이 전쟁을 멈추는 데 관심이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고 중국 중재 역할에 대해 기대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최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감안한 듯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왕 부장은 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정세가 긴박할수록 평화회담을 멈출 수 없고, 이견이 클수록 담판을 해야 한다”며 “중국은 권고와 촉구를 통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사회와 (협상을) 주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건설적 역할’이라는 원론적 표현만 써오다 이번에 ‘주선’이라는 단어를 추가로 사용해 이전보다는 중재 의지를 좀 더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왕 부장은 전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의 통화에서도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진지한 회담을 지지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정세 완화를 위해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외교적 무능’이 국제사회에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재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노력하려고 해도 러시아는 들을 것 같지 않다”며 “그렇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고 중국의 이미지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의 말을 쉽게 듣지도, 자신의 전략적 목표나 야심을 쉽게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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