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26일 여야는 서로 상대를 고립시키는 이른바 '포위론'을 띄웠지만 곳곳에서 균열 조짐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통합 정부'를 띄우며 '윤석열 포위론' 구축을 시도했지만, 정작 당사자들로부터 대선용 제안이란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뉴스1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기존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에 '호남홀대론'을 강조하면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앞세워 민주 진영의 균열을 노렸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핵심 지지층인 20대 표심이 술렁이는 상황이다. 호남 여론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통합 정부, 국민 내각 구상 등 '통합'을 강조하며 윤 후보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를 제외하고 진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모든 정치 세력이 협력하는 길을 찾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 후보를 제외한 통합정부론을 통해 안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제3지대와 연대로 윤 후보를 압박하는 이른바 '윤석열 포위론'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이 후보는 보수 성향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 후보에게도 '통합정부'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최근 정의당에 합류한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에게 전화해 '떠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등 소수정당 결집을 통한 반(反) 윤석열 연대 구축에 나섰다.
강훈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결렬 이후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 하는 양비론적 시각이 힘을 잃고 사실상 인물 구도로 복원되고 있다"며 "나아가 윤 후보를 포위하는 구도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제안에 상대 후보들은 아직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담판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통합 정부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고, 심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서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었다"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원진 후보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없는 국민통합 메시지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이르는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기리며 민주 진영의 균열을 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전남 유세에서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정신에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4일엔 "민주당에도 과거 DJ(김 전 대통령)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DNA가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 중에도 존경받는 사람이 있다"며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성하는 주역들은 과거의 이런 멋진, 찬란한 전통을 지닌 민주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와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신에서 변질한 세력이란 점과 함께 호남 지역경제는 방치했다는 이른바 '호남홀대론'을 부각, 민주진영 내 균열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간 윤 후보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던 한 축이자 공고했던 이른바 '세대포위론' 전략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최근 금이 가는 모습이다.
실제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인 지난 22~2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37%로 이 후보(38%)에 1%포인트(p) 뒤처지면서, 한 달 만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특히 윤 후보는 '세대포위론'의 한 축인 20대와 30대 지지율에서 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와 비교해보면 윤 후보는 20대에서 6%p(32%→26%) 빠졌지만, 이 후보는 8%p(20%→28%) 올랐다. 30대에서도 윤 후보는 7%p(33%→26%) 하락했고 이 후보는 6%p(32%→38%) 오르면서 추월을 허용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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